<서평>
김민정 시인의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이 승 현(시조시인)
김민정 시인에게 있어 문학은 어떤 존재일까? 문학은 무조건 옳다고 믿고 섬기는 하나의 종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제삼자가 보면 한낱 자기도취, 자기위안, 또는 이기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인은 문학은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며, 도덕도 아니다, 문학은 문학일 뿐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며 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진선미 즉 인간다운 진실을 추구하고, 모두에게 착함을 추구하고, 감동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이번 수필집에서 말하고 있으며 자신이 쓰는 한 편의 시속에는 시인의 모든 사유와 생활이 담겨 있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초월하고 싶은 자유정신의 표상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황진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황진이의 작품에서 보다 진솔한 마음을 발견하고 쉽게 읽히는 것 때문이듯 시인은 지금껏 그렇게 작품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런 자유로운 정신 속에서 쉽고 간결한 언어로 작품을 쓰고 싶어 한다. 여기 시인의 그런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는 수필집 한 권이 오랜 산고 끝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책은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이다.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의 수필집에는 시인의 아버지가 영동선 철길을 걸으며 평생을 사셨던 이야기부터 시작되고 있다. 자연히 시인의 어릴 적 철길 풍경이 짙게 배어나는 삶의 모습들이 정갈한 시어로 오롯이 되살아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심히 피었다 지는 / 풀꽃보다 더 무심히/ 모두가 떠나 버린/ 영동선 철로변에 / 당신은 / 당신의 자리 / 홀로 지켜 왔습니다 // 살아서 못 떠나던 / 철로변의 인생이라 / 죽어서도 지키시는 / 당신의 자리인 걸 / 진달래 /그걸 알아서 /
서럽도록 핀답니다 // 시대가 변하고 / 강산도 변했지요 / 그러나 여전히 / 당신의 무덤가엔 / 봄이면 / 제비꽃, 할미꽃이 / 활짝활짝 핍니다 // 세월이 좀더 가면 / 당신이 계신 자리 / 우리들의 자리도 / 그 자리가 아닐까요 / 열차가 / 사람만 바꿔 태워/ 같은 길을 달리듯이
(「철로변 인생- 영동선의 긴 봄날1」전문)
강원도 산골을 누비며 달리는 영동선 기찻길은 시인에게 잊혀지지 않는 길이고 사람이 그리울 때면 항상 기적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그런 철길이다. 철길에서 듣던 아버지의 음성도 이제는 먼 기적소리가 되어 있건만 아린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도시생활에 길이 들어도 들만은 한데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 쉼 쉬고 있는 것이 영동선 철길이니 말이다. 그만큼 시인의 가슴에 촘촘히 엮여 있는 철길은 깊게 음각되어 있는 벽화다.
그렇게 이어지는 철길은 삶의 길이 되어 교육의 현장을 누비고 다녔고, 이 땅의 아름답고 걸출한 문학이라는 시조를 승객으로 태웠고, 그 철로 위에서 만난 특별한 간이역에 대한 시편 하나도 있다.
눈부시게
맑은 영혼
그 산에 살고 있나
그리움의
북소리
밤새 둥둥 울렸구나
이 아침
우아한 자태
날개 펴는 백로떼
단단히
물고 떠날
생각 하나 얻었는가
불현듯
그리워질
불씨 하나 묻었는가
이제 막
흰 날개 펴고
비상하는 겨울숲
(「백로떼 날아오르는」전문)
시인이 탄 기차가 잠시 머문 아름다운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정이 듬뿍 묻어 있는 정겨운 시편이다. <양문회>라는 간이역에서 만난 승객들은 인생길을 함께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동행자였다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지곤 하지만 <양문회>라는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인생이란 긴 여정의 길을 함께 걷기에 좋은 동행자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사람들에 의해 행복을 느끼고 얻을 수 있다면 그 인연은 참 소중하고 귀한 인연일 것이다. 시인은 만나는 간이역마다 그런 좋은 동행자를 만났다고 이야기하며 그게 사는 기쁨이 아니냐고 한다.
특히 시인은 시조라는 열정의 기차를 타고 온 여정 길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을 한다. 시조라는 열정의 기차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나 온 많은 간이역 역시 감칠맛이 떨어졌을 것이란 믿음이다. 시인은 지금껏 만나는 간이역마다 시조의 향기가 있었기에 좋은 동행자도 만났고, 그 만큼 격조 있는 여행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시조라는
열정의 기차에 동승할 수 있게 해 준 "정석주"라는 동행자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정석주 시인을 만난 것을 계기로 "나래시조"라는 영원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는 것을 잘 표현한 시편이 여기에 있다. 그 시편은 이렇다.
아지랑이 보다 먼저 봄을 찾는 나비, 나비
나랫짓 후에라야 비로소 꽃은 피고
그윽한 향기로 익을 열매 또한 탐스럽다
한과 꿈이 어울려서 한 세대가 피는 곳에
담담히 쌓아 올려 뜸을 들인 시어의 탑
층층이 감기어 서린 꽃물보다 짙은 정
(「나래찬가」전문)
나래시조의 일원으로 함께 걸어 온 세월이 결코 적은 세월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과 꿈이 어울려 한 세대가 피는 곳이라고 한다. 자신의 한 세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 한 세대가 또 다시 대물림을 하는 영원불멸한 시조라는 열정의 기차에 동승했다는 기쁨이 잘 녹아 들어있다. 그 열정의 시조라는 기차는 더 나아가 세계를 품어 달리는 기차로 발전한다. 세계 곳곳을 달리며 시조라는 보자기로 그곳에서 느낀 정취와 풍광을 담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다. 세계를 누비며 담아내는 시편은 아름답다. 그 시조 한편을 읽다보면 시인은 천상 시조를 위한 시인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는 대목이다.
펼쳐 놓은 산천이야
접을 수가 없다지만
펼쳐 놓은 마음 또한
접을 수가 없다며는
매력도
아주 큰 매력
숨긴 것이 틀림없어
(「천선대 - 금강산시편 6」전문)
펼쳐 놓은 산천도 접을 수가 없지만 이미 세상의 그 모든 호기심으로부터 마음이 또한 활짝 열린 것 역시 접을 수 없는 노릇 아니겠냐며 천선대가 자신의 모습을 다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매력으로 다가 온다는 가슴이 열린 통이 큰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편이다. 단시조의 빼어난 압축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은 앞으로의 시세계 역시 사랑이 가득 담긴 시편으로 채우고 싶어 한다. 그것도 짧으면서도 여운이 긴 사랑시편이다.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 더 긍정적이고 더 열정적으로 인생을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며 시인이 만난 모든 인연들을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가길 필자는 기원해 본다. 그리고 그런 것이 반영된 주옥같은 시편들을 계속 뽑아 올리길 기원해 본다.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의 수필집 후속편을 또 기대해 본다. <나래시조, 2010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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