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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55 - 낙타 <김민정, 2011. 02. 0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 31.

 

 

 

사진: 정동진의 아침, 설윤형

 

사진: 김진수, 심포리 문필봉 2011. 1. 20.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낙타<김민정>

/ 2011.02.07

 

 

낙     타


                             宇玄 김민정


한반도 길게 누운 해안선을 닮아 있는

숨 가쁜 질주 속에 등 휜 세월 너머

천천히 생을 걸어가는 한 마리 너는 낙타


겨운 삶 등에 지고 적막 속을 타박이며

느린 시속 몇 킬로로 너는 걸어 왔을까

시간의 모래바람 속 온 길 다시 묻힐까


너를 통해 흘러왔을 나의 강을 바라본다

너를 통해 걸어왔을 나의 길을 바라본다

그 오랜 어둠을 털며 멀어지는 밤 같은


뜨거운 고도 향해 휘파람을 불어가며

속눈썹 짙게 젖어 목젖조차 아려오던

혹처럼 굽은 생애가 보름달로 뜨고 있다

 

아스라한 꿈을 꾸며 가야만할 언덕 너머

한 생애 푸른 비단을 펼쳐 놓는 저 달빛

적요한 그 얼굴 위에 오랜 그리움이 떠 있다

 

                       (개화 19집. 2010. 발표작품. 2011. 1. 20 개작함)

 

 

 

        詩 풀이

宇玄   김민정

   지금 화자는 뜨거운 사막 속을 걸어가는 낙타를 상상하며 자신을 낙타에 비유하고 있다.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것은 때로는 뜨겁고 삭막한 사막을 걷는 것처럼 외롭고도 힘든 여정이다. 뜨겁고 거칠고 힘든 사막일망정 갈 길이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 여기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왔던 사막의 길, 모래바람 한 번 불면 그 길은 지워질지도 모른다. 

 

   화자는  3연에 오면 낙타를 객관화하고 거리감을 갖고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윽하게 자신이 온 길, 그것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관찰하는 보름달로 자신을 환치한다. 자신이 온 길이 조금 더 확연하게 잘 보이는 곳에서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며 환하게 밤을 밝히는 달로 새롭게 뜨는 반전을 이룬다.

 

   그리고 보름달은 한 생애 푸른 비단을 펼쳐 놓듯 아름답게 달빛을 펼쳐 놓으며, 또한 그 달의 얼굴은 그리움이 되어 하늘 높이 오래 오래 떠 있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생은 사막을 건너가는 한 마리 낙타처럼 외롭고 힘들지만, 인내하고 가다보면 어느 사이 보름달이 되어 세상을 환히 비춰 준다. 月印千江, 천 개의 강에 비치는 달빛처럼 세상을 환히 비칠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드러난 작품이다. 생에 대한 열정과 긍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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