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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122 - 자귀꽃<임성구, 2010. 06. 10>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0. 6. 10.

 

 

 

 

 

 

 

 

 

 

 

 

 

 
 

  

 
詩가 있는 병영 - 자귀꽃<임성구>

/ 2010.06.10

 

2010년 06월 10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자귀꽃 <임성구>

 

 

 

 

    연분홍 공작새 소쌀밥나무에 앉았다
 날개를 펼칠 때마다 들려오는 워낭소리
 투명한 마을들이 꿈꾸던
 유년의 시작 노트 같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아련한 기억들
 분녀의 웃음소리 가득한 산모롱이쯤
 한가득 꽃짐을 지고 떠난
 등이 굽은 아버지여


 
 단절된 과거와 소통하는 유월 하순
 낡은 카세트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맞춰
 바람이 몸을 씻는다
 막차 떠난 여음(餘音)을 물고…

 

 

  작가는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 <영언>, <석필> 동인활동.

  시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그 향기롭던 아카시아꽃도 피었다 지고, 밤꽃이 피어나는 6월이다. 어쩌면 봄도 없이 성큼 여름이 온 듯한 요즈음의 고온 날씨, 한 송이 자귀꽃이 피듯 계절은 피어난다.

이 시에 나타나는 자귀꽃의 모습은 마치 ‘연분홍 공작새’가 소쌀밥나무에 앉은 모습이다. 그 꽃이 피어나 바람에 날릴 때면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듯 아름답고 소의 목에 달아 놓은 워낭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화자는 이 꽃 속에서 어린 날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고, 아버지의 등 굽은 생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단절된 과거와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낡은 카세트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맞춰 바람이 몸을 씻는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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