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서문>
길 위의 꿈
시조시인 宇玄 김민정
시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많은 시인들은 밥이 되지도 않는 시를 붙들고 일생을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갈고 닦는 구도의 길에 다름 아닐 것이다. 거기서 얻은 깨달음의 꽃씨들을 독자라는 광활한 대지에 뿌리고 싶어하는 욕망, 그것이 시인의 존재를 향기롭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김홍일 시인, 그의 시는 깊다. 어떤 기대감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참된 삶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계속해서 자신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다시 한 번 인생의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화두에 스스로 대답한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그래서일까. 그의 시에는 환경오염과 인간성 부재의 현실을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풀어 가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그만큼 그의 시는 경천애인의 정신이 담겨있다. 세태의 모순을 꼬집고 풍자하는 김시인의 예지력은 날카롭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의 난해 속에서 희망을 예감하는 따뜻한 그의 시선은 세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특히, 그의 시가 돋보이는 것은 관념에 치우치지 않고 삶과 밀착된 진솔한 내면의 세계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재미가 있다. 놀라운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그는 세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시로 승화시키고 싶어한다. 아마도 그의 시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상은 아무 것도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시에 대한 그의 열정은 탐욕스러울 정도로 치열하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나의 시에는 마침표가 없다/ 그것을 천형이라 할까/ 천행이라 할까’라고 시에 대한 열정의 굴레를 독백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시심에 불타는 사람답지 않게 담담하게 보인다. 그는 시인인 체 하지 않는다. 사려가 매우 깊어 겸손의 아름다움을 갖춘 그런 시인이다.
김시인은 한 마음을 벗어버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오랜 삶의 질곡에서 얻은 깨달음일까. 그의 삶이 시 그 자체인 듯 하다. 그러기에 그는 늘 진취적이고 새로움으로 자신을 채울 줄 아는 젊은 시인이다. 그와 같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푸른 비늘처럼 눈부신 시어들이 펄떡펄떡 튀어 오르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김시인이 이번 가을 학기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허기를 느낀다는 시에 대한 집념이 다섯 권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의 끝없는 열정으로 타오르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셈이다. 김홍일 시인의 시의 큰 성취와 인간승리를 기원하면서 다섯 번째 시집을 상재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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