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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사랑을 담아낸 고농축의 절절한 절명시
시인에게 있어 바다는 "흰 거품 물고 오는 한 마리 물새였"다. 그러나 그 물새는
그냥 물새가 아니었다.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한아름 품고 저 하늘마저 뚫을 것
같은 바다이고 격정의 물보라 일으키며 마치 불나방이 촛불 속으로 곤두박질치듯
"오장육부 드러내며 온몸으로 와서 우는" 정열의 바다였다.
이 얼마나 절절하게 사무치는 사랑의 절명시인가. 아니 '바다'를 사랑으로 노래한
시편 중에서 이처럼 애절하게 읊은 시편이 또 어디에 있을까?
"흰 거품 물고 오는 한 마리 물새"는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 격랑에 휩싸이게 하며
그 바다 시퍼런 가슴에 부리를 박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리를 짖찧으며
"내 죽어 촉루로 빛날 그대 하얀 가슴속"에 묻게 한다.
결국 바다는 화자가 구하고자 하는 사랑의 형상이며, 내 사랑은 바다에 의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물보라다.그 물보라 하얀 거품을 물고 오는 물새로 상징화되며,
온몸을 다 내던지며 절절하게 와서 우는 사내로 형상화된다. 그리고 자신은
그 바다에 마지막 빛을 발하며 스러지는 저 순결한 촉루의 여인이 되는 것이다.
이 시편은 파도치며 밀려오는 물거품을 단순한 정경으로 묘사한 서정시는 아니다.
시인의 절절한 마음을 아주 짧은 한 순간의 파도치는 모습에다
영원한 사랑을 담아낸 격조 높은 시편이 아닐까 한다.
단시조에 불꽃같은 사랑을 담아낸 고농축의 절절한 절명시다.
<시인 이승현의 '내가 읽은 좋은 시조' 중에서, 2005. 12. 04>
버려야할 삭은 장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시인들이 시조단을 지키고 있으므로 현대시조는 박물관이 아닌 독자의 손길이 보다 쉽게 닿을 수 있는 서가에서 끝없는 만남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위의 작품은 바다의 이미지를 간결하게 처리하여 서정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민정은 바다이미지의 원형인 생성과 죽음 이미지를 시적 대상으로 삼았다. 백두파를 물고 오는 한 마리 물새로 일어나는 그 바다에 이르면 온몸으로 울고 마는 시적자아, 그 소멸의 공간 또한 다름 아닌 바다이다. 소멸의식은 곧 촉루로 빛날 하얀 가슴 속에 귀결되는 점강적 구도로 그려내고 있다.
고 김상옥 선생이 즐겨 구사하던 배행법으로 각 장을 3행으로 구분하고 행간을 한 칸 띄우는 수법을 썼다. 배행의 다양화를 통해 긴 호흡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시간적, 시각적 효과를 더하고 있다하겠다. <김연동, 시조월드 ,05 상반기호 >
작품 '바다'도 잘 짜여진 작품이다. 초장의 작품에 대한 발상은 '흰거품 물고 오는 한 마리 물새'
즉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을 이렇게 표출하고 있다. 중장은 온몸으로 와서 우는 바다, 종장은 바다
에서 마지막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나와 자신의 가슴속을 드러내보이며 잦아진다. <박영교, 2005. 05, 월간문학 시조평>
새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면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파랑새, 갈매기,
기러기, 비둘기, 제비, 까치, 그리고 까마귀까지도 문학적 상징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민정 시인의 <바다>에서 우리는 한 마리 물새를 만난다. 새는 자유를 꿈꾸게 한다. 우리의 뭉툭한
팔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깃털 풍성한 날개, 푸드득 날아올라 금세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비상하는 몸뚱이라니. 인간의 신체적 열등감을 자극하는 이동성에다 우리는 수많은 가치와 추상들을
실어보낸다. 시인은 바다가 "흰 거품 물고 오는 한 마리 물새"란다. 집 채 만한 파도 끝에서 자유롭게 일렁이다 스러지는 포말의 흔적을 우리는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바다는 한 마리 새처럼 다가와 비상하고픈 우리의 욕망을 머금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한 몸에 지닌 채 그 앞에 서 있다. 거대한 바다를 욕망하면서 육신의 나약함, 그 남루함에 지쳐 아우성만 파도에 실어 보낸다. 그저 마음만 물새의 등에 오른다.
<김병희, 시조문학 157, 2005. 시간이 농축된 견고한 서정-김민정 시인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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