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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비비추에 관한 연상 / 문무학 - 시가 있는 병영 2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8. 9. 27.

 

                                            
2008년 06월 09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비비추에 관한 연상 <문무학>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다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게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 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작가는 대구문인협회장, 푸른미디컴 이사, 시집 ‘풀을 잊다’ ‘달과 늪’ ‘벙어리 뻐꾸기’ ‘눈물은 일어선다’ ‘설사 슬픔이거나 절망이더라도’ 등

   비비추는 백합과의 다년생풀로서 옥잠화와 비슷하며, 7~8월에 꽃을 피운다. 연보라색 꽃이 피는 비비추.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정말 새 이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연약한 대궁에 꽃을 피워 올린 모습, 여름 소나기라도 맞은 후면 청초함을 더한다. 1연에서 화자는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비비추 비비추’ 하고 울었을 것이라고 한다.
   보통 우리는 울음을 따서 새 이름을 짓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2연에 오면 새로서 울 수 없는 비비추의 현실에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게다 비비추’라고 해 꽃이 몸을 흔들 때면 꽃끼리 부딪치는 모습이 ‘비비추’임을, 또 종 모양의 꽃이라 종처럼 떨며 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화자는 상상한다.
   그렇게 연약하게 흔들리는 꽃의 모습이 3연에 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고 해 그리운 이의 모습으로 환치된다. 연약한 여인같이 생긴 비비추를 보면서 그리운 이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이다. <시풀이:김민정-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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