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문학상 심사평
수상자 : 김민정 시조시인
강동문인협회 고문 이광녕
김민정 시조시인은 『나, 여기에 눈을 뜨네』, 『지상의 꿈』, 『사랑하고 싶던 날』, 『영동선의 긴 봄날』, 『백악기 붉은 기침』, 『바다열차』, 『모래울음을 찾아』, 『누가, 앉아 있다』 등을 바탕으로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참신한 시조시인이다. ‘철도시인’을 거쳐 현재는 ‘수석(壽石)시인’으로도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김민정 시인은 현재 나래시조시인협회 회장, 그리고 강동문인협회 부회장으로서 그 역할과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시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구나 다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속의 생계수단에 매달리고 인생 세사에 쫓기어 정서적 감성의 본향을 찾지 못하고 아무런 족적 없이 허무하게 일생을 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참다운 삶에 대한 의문과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삶의 현장에서 나타난 현상에 대하여 스스로의 감성으로 깨달음을 얻어 인생을 반추해 보는 언표행위(言表行爲)를 통하여 스스로가 시인이 된다.
김민정 시인의 경우, 바로 이러한 참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오랜 인생 경륜에서 터득하여 얻어낸 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킨 시인다운 시인이다.
김민정 시인은 문학은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며 도덕도 아니라고 하며 문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참다운 ‘진선미’라고 한다. 그러기에 그는 자전적 시론에서 외톨이라고 억울함을 느낄 때면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외치며 자유인의 표상으로 돌아가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간다고 한다.
김민정 시인은 그렇게 자유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열차시인으로, 수석시인으로 마음껏 감성을 살려내고 있는 자유인다운 시인이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시의 모습은 마냥 풀어헤쳐진 자유시가 아니라 정제되고 정형된 틀 속에서의 참 자유를 구가하는 현대시조에 심취하고 있다.
참 자유란 방만하고 무질서한 나태가 아니라, 균형과 질서 속에서 느끼는 정돈된 미학의 세계를 일컫는다. 참 자유에 속하는 것은 한층 차원 높은 정제된 미학이기 때문에 김시인은 정형시인 현대시조에서 문학적 묘미를 느끼고 있다고 판단된다.
기찻길 아스라이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아카시아 꽃내음이
그날처럼 향기롭다
아버지
뒷모습 같은
휘굽어진 고향 철길
돌이끼 곱게 갈아
손톱 끝에 물들이고
새로 깔린 자갈밭을
좋아라 뛰어가면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 「심포리 기찻길」 전문
이 글은 자유시가 아니고 시조이기에 운율미가 더해져서 더욱더 감성적이고 미학적 가치가 높다. 그러기에 읽을수록 기찻길 시인다운 시상과 인간미 넘치는 정감이 가슴을 친다. 인생에 있어 그리움은 꿈이며 생명이며 작품세계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이 시조에서는 의식의 흐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적절한 소재들의 배열에 의해 잘 표출되어 있다.
돌밭에서 내가 만난 몽돌 속 저 한 사람
고단한 삶 언저리 휴식을 취한 사람
우리들
어머니처럼
아니, 나의 어머니가
깨어지고 엎어지고 상처에 얹힌 딱지
아프고 가려웠을 시간을 견뎌가며
진동과
파장을 건너
닿은 꿈이 있었을까
손발을 쉬지 않고 바쁘게 달려왔을
장터 어디 쪽의자에 한 생을 내려놓고
뭐라고
말문을 뗄 듯
머뭇대고 있는 사람
- 「누가, 앉아 있다」 전문
김민정 시인의 수석시집 중의 시조 한 편이다. 시는 객관적 상관물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차원 높은 행위이다. 수석시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김민정 시인은 하나의 몽돌을 대하면서 인생을 논하고 진리를 발견하며 삶의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 글은 몽돌 속에 앉아 있는 인물의 형상을 모진 세상 풍파를 이겨낸 초극적 인물로, 더 나아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어머니의 모습으로까지 시상을 확대하여 시적 공감대를 이끌어낸 좋은 작품이다.
각박한 삶의 현실에서 생명 수단으로 문학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오늘날의 생활 패턴은 사람들을 몰인정하고 강퍅하게 만든다. 하나의 보잘 것 없는 사물에서도 진실을 발견해 내는 개성적 안목과 능력이 충만한 김시인은 놀랄만한 필력을 지닌 시인중의 시인이다.
김민정 시인의 시심의 뿌리는 ‘그리움’과 ‘사랑’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향수(鄕愁) 짙은 감성적 색채가 강하며 그러한 면이 그의 작품 세계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러기에 작품 속에서의 귀소본능은 가장 진솔한 인생 표현으로 다가왔으며, 시인의 시 전편에 흐르고 있는 삶의 애환과 애틋한 사랑은 일상적인 감정을 넘어선 내면의 울림소리요 고백이었다.
특별히 김 시인이 추구했던 열차문학과 수석의 미학! 그 노래는 아픔을 겪어냈으면서도 아직까지 표현해 내지 못한 뭇 시인들에게 좋은 전범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시조단에 던져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
김 시인의 역량과 문학적 소양으로 볼 때 앞으로도 창의적인 도전 정신으로 많은 시인들에게 시인의 표상으로서, 전수자로서 더욱 우뚝 서리라 본다.
선사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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