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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컬럼 연재

사람이 그립거든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5. 3. 12.

사람이 그립거든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설레는 봄바람이 아롱이며 피어날 때

사람이 그립거든, 그대여 기차를 타라

보고픈 마음 하나로 모든 것 용서하며

 

금빛햇살 타고 오는 대자연의 향연 속에

빛 부신 날개 펴고 불꽃처럼 비상할 때

믿으며 깨달아가며 가쁜 생을 껴안으며

  

등불 켜듯 환하게 너를 켜는 유리창 밖

초록빛 어린 왕자 그 숨결이 다가 온다

바람은 낮은 곳으로 휘파람을 불며 가고

- 졸시, 사람이 그립거든전문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알 듯 모를 듯 초록색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푸른 봄기운이 감도는 3, 아지랑이 끼는 먼 산을 보면 보라색인 듯도 하고 초록색인 듯도 한 빛깔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박목월의 청노루시가 생각난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운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굽이를, / 청 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이 시는 요즘의 봄산의 모습 같다. 즉 보라색 구름을 머금고 있는 듯한 모습. 가까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시꺼멓게 물이 오르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새로 잎을 피우기 위해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나무들, 그래서 있는 힘껏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 물이 차 있는 나무의 모습이 검게 보이기도 한다. 나무마다 잎을 피울 준비를 하고 뾰족뾰족 새 싹이 트는 모습, 얼마나 신비로운가. 두꺼운 표피를 뚫고 나오는 연역한 새싹을 보면 생명의 신비가 새삼 느껴진다. 어떻게 저렇게 여린 잎이 두꺼운 표피를 뚫을 수 있을까? 안에서 밀어내는 힘과 밖으로 나가려는 힘이 합쳐져서 결국은 두꺼운 표피를 밀어내고 싹이 트는 큰 임이 되었으리라. 생명의 탄생, 봄의 환희! 정말로 아름답고 눈부시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 몸, 우리 마음에서도 밖으로 향하는 그 무엇이 있어 피어오르고 싶고, 튀어나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나 봄이 오는 모습을 보고 싶고, 직접 느껴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여유가 된다면 이런 봄날엔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고 멀리 시베리아까지 여행을 하면서 봄이 오는 모습을 보고 싶고, 즐기고 싶다. 봄꽃이 피어나는 그 어여쁜 모습도 보고 싶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우리민족의 근원이 유래한다고도 알려진 바이칼 호수까지 구경을 가고 싶기도 하다. 바이칼은 원주민의 언어인 브리야트어로 ‘Big Water’를 의미한다고 한다. ‘시베리아의 진주’, 또는 시베리아의 파란 눈동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바이칼은 가로 636킬로미터, 20-80킬로미터, 둘레는 2000킬로미터나 되며 한반도의 3분의 1, 경상남북도를 합한 크기라 한다. 깊이가 1639미터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며 전 세계 담수의 20%가 모인 세계 최대의 호수이다.

   바이칼에는 세계 유일의 민물 물개가 살고 있고, 이곳 원주민들은 물개들이 북해와 바이칼을 연결하는 지하 비밀 통로를 통해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세계 제일의 청정 호수라는 명성을 지닌 바이칼 호수에서는 40미터 깊이에서 지름이 40센티미터인 쟁반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에서의 해 돋는 장관도 보고 싶다. 바이칼 호수 주변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고 말이다. 우리나라 정동진도 마찬가지... 동해서부터인가, 차창가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을 보며 떠오르는 태양을, 붉어오는 아침을 맞고 싶기도 하다. 기차여행의 향수, 이 봄에 더욱 짙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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