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가는 길은
산길 들길 모래밭길
때로는 바람 불고
때로는 비 내려도
내 안에
머무는 그대
봄볕처럼 따스하다
- 김민정, 「사랑, 영원한 길」 전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사다 놓고도 차일피일하며 못 읽다가 책장을 넘기자 내가 좋아하는 글귀도 가끔 들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중 하나가 칼릴 지브란의 ‘사랑하는 이여, 우리 둘 사이에는/ 이름 모를 신(神)이 존재합니다.’를 인용하며 써 내려간 「사랑, 내가 사라지는 위대한 경험」이란 내용이었다. 역시 인용한 글, ‘사랑이 그대들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십시오./ 비록 그의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 안으면 그에게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그 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그렇다. 사랑의 힘은 정말로 위대해서 모든 예술이 그로부터 탄생한다. 1월 1일 밤인가, 나는 TV를 통해 ‘오페라의 유령’이란 뮤지컬을 보았다. 그 내용도 진실한 사랑이다. ‘노틀담의 꼽추’, ‘레미제라블’ 등 유명한 작품들은 모두 그 바탕에 진실한 사랑을 깔고 있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러한 고전 작품들이 갖는 위대성은 ‘진실한 사랑’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에 ‘쎄시봉’ 이란 영화를 보면서, 70~8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 젊은 작사가들과 가수들의 직접 경험에서 나온 내용이란 것이었고, 사랑의 감정이 절실할 때 그러한 내용이 가사로, 노래로 나온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되고, 그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이 끝나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내게 오는 모든 사람이 그 같고, 그와 닮은 사람으로만 보이는 감정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하늘의 별까지도 따다 드릴 것 같은, 죽음을 무릅쓰고 벼랑 위의 꽃도 꺾어다 바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에서도 아버지를 배신하면서도 사랑하는 남자 호동을 따르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이다.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있었던 후대에 전해지는 위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보면 하나같이 사랑은 상대를 위한 배려라는 점이다. 나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감정,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하고,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도록 돕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나의 길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소유욕일 뿐이고, 나의 기쁨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를 위해서, 그가 원하는 길을 가도록 돕는 그 감정만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예전에, 아니 지금도 나는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이란 시를 좋아한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중략>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가 성장하도록 돕는 일,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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