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宇玄 김민정 낭송: 고은하
대흥사 그 그윽한 골짜기와 동백숲에선
사철 바람이 불어 가끔은 때묻은 머릿결도
씻겨주고 또 가끔은 옷자락 마음자락까지
펄럭여 주기도 했지. 손가락 가락에도 묻어나던
물향기, 구름향기, 진솔향기, 말짱한 사랑향기.
청신암 맑은 약수에다 마음을 깔아 두고
부처님께 고백을 했네.
"허무하고 허무하고 허무하나이다.
피고 피고 또 피는 이 마음이나
지고 지고 또 지는 님의 마음이."
천불전 낡은 싸리비엔 한겨울이 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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