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00주년 기념 좌담회
현대시조의 쟁점과 전망
사진 설윤형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 좌담회
현대시조의 쟁점과 전망
1. 100년의 회고와 반성
2. 쟁점 토론
가. 시조 형식의 문제
○시조형식의 정형성 고수와 파괴 문제
첫째 현대의 우리는 시조와 자유시를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문학의 내용과 형식 중에서 문학의 내용으로서 시조와 자유시는 구별할 수 없다. 고시조에 보면 충, 효, 자연예찬 등이 주로 소재, 주제가 되었지만, 지금의 시조는 그 내용에 있어 자유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현대시조는 소재와 주제가 아주 다양하며, 외양부터 내심까지 표현하지 못할 내용이 없다는 것에서 자유시와 구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형식이다. 3장6구45자 내외라는 평시조의 정의에 맞는 작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이것이 시조형식이구나, 또는 시조작품이구나 하고 자유시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지금은 세계화시대인데, 이러한 세계화 시대 속에 가장 한국적인 문학을 소개하자면 무엇이 있을까. 가장 우리다운 문학, 그것은 오랜 전통으로 전해오는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만큼 오랜 역사를 지켜오는 시조를 꼽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시조를 세계인에게 소개할 때 무엇으로 소개할 것인가. 내용은 특별할 게 없으니, 가장 형식이 잘 지켜진 시조를 우리의 문학으로 선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장6구45자 내외의 형식이 잘 갖추어지고 선경후정의 내용으로 이루어지고 또한 초,중,종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작품이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볼 때 적어도 시조라면 3장6구45자 내외의 형식을 지킬 필요가 있다하겠다. 요즘 행갈이 등을 너무 자유롭게 하여 외형상 자유시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또 글자수에 있어서도 3/4/3/4// 3/4/3/4// 3/5/4/3//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호흡에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3/4로 한 구가 이루어질 때 앞의 글자가 3이고 뒤의 글자가 4라서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종장은 3/5/4/3은 초장, 중장이 조금 평범하고 안정적인데 대해 변형의 역할을 해 주어 신선감이 있으니, 구태여 초,중,종장 3장 배열은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형식을 지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자유시와의 문제
시인의 의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자유시를 쓰든 시조를 쓰든 상관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택하여 쓰면 된다. 그러나 시조로 등단을 하고 구태여 시조시인라 명명하면서 자유시와 구분이 안 되는 사설시조풍을 쓴다든가, 자유시 같은 시조를 쓸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유시라고 명명하며 쓰는 것이 좋다. 시조시인이라 하여 자유시를 못 쓸 이유도 없고, 자유시를 쓰는 사람이라 하여 시조를 못 쓸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용어의 문제
용어는 자유시와 구분하여 시조시, 시조작가, 시조시인으로 쓰이는데, 시조시라 하지 않아도 ‘시조’라고만 하여도 정형시인줄 사람들은 아니까 ‘시조시’라고 하지 말고 ‘시조’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시조작가, 시조시인 등의 명명도 괜찮다고 본다.
나. 시조문학 단체의 활동 문제
○유기적 통합 문제
지금은 시조문학 단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시조시인협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정작 협회지 1권이 안 나오는 상황이고, 1,000여명의 시조인구 속에 주로 잡지사를 중심으로 몇몇 단체로 뿔뿔이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조가 우리의 민족문학으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시조시인들이 통합하여 하나의 큰 힘으로 뭉쳐야 한다. 하나의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문학사업
시조를 널리 보급하고 시조를 국민문학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에게 시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시조가 민족문학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으려면 국민들의 의식속에 좋은 시조작품들이 소개되고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점에서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7차 교육과정에서 시조를 별로 싣지 않는 바람에 그 나마 시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아져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시조시인협회 등을 중심으로 하여 시인학교, 시조낭송대회, 시조노래 등의 보급문제에 힘써야 한다. 지금 그러한 행사들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하는데 후원회비나, 진흥원쪽에서 재정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 문예지 발간 문제
○ 시조전문지의 과제
시조전문지는 시조의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작품을 선별해서 싣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고, 시조평론이나 시조이론 쪽의 발전도 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조시인들이 의욕적으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시조작품의 게재를 활발히 하고 지면도 넓혀 많은 시조시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작품의 수준을 높여갈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의 모색에 힘써야 한다. 지금은 작품을 싣고 책까지 팔아주어야 하는 상황인데, 잡지사들이 재정을 확보하여 원고료까지 지불할 수 있도록 후원금나 지원금을 확보해야 한다.
○종합문예지의 시조 게재 문제
시조를 시조전문지에만 싣다가 보면 독자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 시조시인들만 그 작품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합문예지에서의 시조게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역량있는 시조시인들이 부지런히 개척해야 한다. 좋은 시조가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을 때 종합문예지에서도 시조를 서로 싣겠다고 할 것이다. 시조작품의 수준을 높이고 시조시의 작품게재 비율도 높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의 월간문학 등에서도 자유시에 비해 시조의 게재 비율이 낮은 편이다.
라. 시조문학의 국내적 위상 제고 문제
○시집 발간 문제
현재는 주로 시인들 자비출판이 많은 편이다. 출판사에서 시조에 대한 기획출판을 많이 하여 시조시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한 편, 시조작품의 질도 향상될 수 있도록 시조시인들을 고무하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품 질적인 문제(자유시와의 비교)
시조시인이라 하여 시조작품만 읽게 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 자유시 등 타장르의 글도 많이 읽어서 일단 작품을 보는 안목을 넓힐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는 안목이 길러진 다음에야 자기 작품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는 법이니 작문의 세 가지 방법,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훈련법이 시조창작에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타 장르와의 교류 문제
시조를 인용하여 수필가들이 수필을 쓰는 경우도 있고, 수필이나 소설 등을 읽고 그 내용, 또는 그곳에서 받은 감동을 가지고 시조를 써 볼 수도 있다. 또 여행기 같은 곳에서 수필속에 시조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으니 타 교류와의 교류는 활발하면 할수록 좋을 것이다. 시조와 타 장르로 두 가지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마. 후계시인 육성 문제
○제도권 학교교육의 문제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시조를 많이 싣는 문제 외에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조를 가르쳐 시조가 국민문학이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학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고, 글재주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창작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먼저 시조에 관한 연수를 시켜야 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연수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시조창작에 관한 강의법 등의 개발하고 교육청등과 협의하여 보급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본다.
○시조 교육프로그램(민족시 사관학교 등)
시조이론부터 시작하여 시조창작에 이르는 내용의 시조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두 가지 방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시조에 관한 이론 및 창작에 관한 책을 만들고 전문시조인들이 강연법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강연을 맡아 인터넷사이트로 질 높은 시조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민족사관학교의 교육프로그램에 그러한 시조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채택되고, 편성되도록 시조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문을 미리 보내야 할 것이다.
○문학 동인단체별 시인학교 운영 등
대학이나 초중고등학교 강의실 등을 빌려서, 아니면 요즘 방과 후 학교 등을 학교에서 많이 운영하니 공문을 보내어 널리 홍보하고, 수강생을 모으고, 유능한 강사를 모색하여 적절한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강의내용이 시조이른 면에서, 그리고 창작 면에서 수강생들에게 유효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강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 독자 확보 문제
○ 작품의 독자 접근성 문제
작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를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 문학잡지 등을 널리 소개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각종 신문을 이용하여 독자에게 알리는 방법이다. 일단 많이 읽어야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요즘 인기있는 플래쉬나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기있는 상품이 되도록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또한 영상 작품을 만들어 독자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즉 먼저 보내주는 것도 중요하다가 본다.
○ 인터넷 사이트 문학 활동
인터넷에 작품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어 독자는 스스로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영상시를 만들어 메일로 각자에게 보내는 방법도 좋다고 본다. 메일 주소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만, 만일 확보만 된다면 그 사람들은 앉아서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편하므로, 독자 확보는 저절로 되는 셈이다. 특히 딱딱하다고 인식되는 시조를 부드럽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영상시조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사. 시조의 세계화 문제
○ 시조 번역 활동 지원 문제(대신재단 등)
시조를 번역하여 세계 각국에다가 국민문학인 시조를 널리 알리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산재단이나 학술원 같은 곳에서 번역비를 지원받아 좋은 시조작품들을 많이 번역하여야 한다. 개인시조집 번역도 중요하고, 좋은 작품을 선정하여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 문학 단체 차원 활동 문제
물론 문학단체 차원에서도 회원들의 작품을 번역하고 그것을 널리 세계 각국에 보급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공용어인 영어 번역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나라 언어로도 번역할 수 있다면 하여 널리 소개하는 일이 곧 시조를 대한민국의 국민문학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을 주고, 또한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고, 또 노벨문학상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시조의 미래 또는 전망
○미래 전망
시조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본다. 우리의 민족문학, 또는 국민문학으로 자리잡아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입으로 그쳐서만 될 일이 아니고, 한국의 시조, 중국의 한시, 일본의 하이꾸 등으로 위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시조시인들이 협력하여 이구동성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때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아래서부터의 파급과 그리고 정부차원의 위로부터의 협조가 이루어질 때 시조는 국민문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당면 시급 추진 과제물
우리가 먼저 해야할 일은 국민들에게 시조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국민들이 시조를 국민문학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이 시조를 알 수 있도록 교과서 등에 수록하는 일이다. 교과서에 시조가 많이 실리도록 교육부 등 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해야 하며 국정이 아닌 검인정 교과서를 만들게 된다면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의 의식을 깨우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시조가 교과서에 많이 소개되고 우리민족의 정서에 잘 맞고, 오랫동안 지어져 내려온 문학임을 어려서부터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야 한다. 또한 일선교사들은 학생들이 잘 알도록 시조를 지도해야 하고, 또한 누구나가 창작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서 창작실습을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사들에게 시조이론에 대한 연수나 창작연수를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시조강연 등을 만들어 그것이 연수학점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 등에 협조 공문을 띄워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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