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5일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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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 마침표 <이청화> |
기차를 타면
한없이 가고 싶던
내 젊은 날은,
어느 간이역에서 몰래 내리고
더는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은
무거운 몸이 되었구나.
낯선 곳의
어스름 노을 속에
항구의 밤불빛 속에,
먼 한 채의 집을 찾던 나의 유랑은
단풍나무 잎이 지는 가을의 종점
닳은 신발을 벗었으니,
연못아
내 모습 비치는
거울 같은 연못아
여기, 날아간 바닷갈매기 그리고 있는 나는
어디로 가버린 것의 껍데기이냐
껍데기 비로소 벗어버린 알맹이이냐.
작가는 1977년 <불교신문>신춘문예에 시조 「미소」로 당선. 1978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시조 「채석강 풍경」으로 당선.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장 역임. 현 청암사 주지스님. 시집: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수필집: 『돌을 꽃이라 부른다면』
기차를 타면 한없이 가고 싶은 욕망은 아직은 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욕망이 강해서 생기는 것일까?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 삶, 욕심을 벗어버린 삶을 화자는 ‘먼 한 채의 집을 찾던 나의 유랑은/ 단풍나무 잎이 지는 가을의 종점/ 닳은 신발을 벗었으니’라고 하여 나이 들어 젊은 날의 욕망을 벗어난 상태, 욕심을 벗어버린 해탈의 상태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화자는 그러한 자세가 ‘여기, 날아간 바닷갈매기 그리고 있는 나는/ 어디로 가버린 것의 껍데기이냐/ 껍데기 비로소 벗어버린 알맹이이냐.’고 다시 자신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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