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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조평

단풍단풍 (김민정)/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심사평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1. 10. 25.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심사평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자로 김민정 시조시인의 <단풍단풍>을 선정하였다. 시조가 갖는 전통적 정형성을 잘 지켜내면서도 시적 서정성을 잘 풀어내고 있는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김민정의 <단풍단풍>은 일단 제목에서부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만한 제목이었다. ‘단풍이라는 시어를 중첩시킴으로써 단풍이 갖는 시각적 효과를 운율적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돋보였다. 그런 시각적 운율적 효과는 작품 속 시적화자가 느끼는 심리와 잘 연결되면서 시조 전편에 걸쳐 산기슭 단풍이 든 숲속을 걸어가는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각 수마다 초장에서 중장으로 중장에서 종장으로 더욱 심화되어 계곡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표현되고 있는 시상의 전개는 시적 메시지의 힘을 높여주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수는 풀벌레 울음소리에서 주춤대던 갈바람으로 다시 종장의 사는 건 혼돈으로 이어지는 심상의 이동은 시적화자가 느끼는 단풍을 바라보는 내면의 모습을 혼돈으로 표현해낸 신선한 해석이 돋보이는 표현이라 느꼈다.

둘째 수에서는 온 산의 단풍이 달빛에 물들어가고 낮과는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나 또한 자연과 물아일체(物我一體)되어가는 보다 심화된 시적 자아의 심미적 내면세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마지막 수에서 시적화자의 심화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단풍이 절정에 오른 모습에 이미지화하여 형상화시킴으로써,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에 내면화된 풍경을 내 안의 속울음이 어찌 이리 붉었으랴라고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감정은 결국 종장에 와서 이제는 눈 감아도 환하게 탈 수밖에없는 완전히 단풍에 한 몸으로 동화된 그럼에도 내 몸을 불 태우고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나서고자 하는 시적 메시지의 여운이 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수상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김준 이숭원 박영우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작

 

단풍단풍

 

김민정

 

풀벌레 울음소리 산기슭 풀어낸다

제 갈 길 가다말고 주춤대던 갈바람이

사는 건 혼돈이라고 어둠을 부추킨다

 

골짜기 흘러가는 계곡물 지즐대고

온 산에 달빛 들어 색이 색을 덧입힌다

할 말을 삼켜가면서 나도 한창 익어갔다

 

더 이상 참지 못해 온몸으로 토해내는

내 안의 속울음이 어찌 이리 붉었으랴,

이제는 눈을 감아도 환하게 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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