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심사평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자로 김민정 시조시인의 <단풍단풍>을 선정하였다. 시조가 갖는 전통적 정형성을 잘 지켜내면서도 시적 서정성을 잘 풀어내고 있는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김민정의 <단풍단풍>은 일단 제목에서부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만한 제목이었다. ‘단풍’이라는 시어를 중첩시킴으로써 단풍이 갖는 시각적 효과를 운율적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돋보였다. 그런 시각적 운율적 효과는 작품 속 시적화자가 느끼는 심리와 잘 연결되면서 시조 전편에 걸쳐 산기슭 단풍이 든 숲속을 걸어가는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각 수마다 초장에서 중장으로 중장에서 종장으로 더욱 심화되어 계곡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표현되고 있는 시상의 전개는 시적 메시지의 힘을 높여주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수는 ‘풀벌레 울음소리’에서 ‘주춤대던 갈바람’으로 다시 종장의 ‘사는 건 혼돈’으로 이어지는 심상의 이동은 시적화자가 느끼는 단풍을 바라보는 내면의 모습을 ‘혼돈’으로 표현해낸 신선한 해석이 돋보이는 표현이라 느꼈다.
둘째 수에서는 온 산의 단풍이 달빛에 물들어가고 낮과는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나 또한 자연과 물아일체(物我一體)되어가는 보다 심화된 시적 자아의 심미적 내면세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마지막 수에서 시적화자의 심화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단풍이 절정에 오른 모습에 이미지화하여 형상화시킴으로써,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에 내면화된 풍경을 ‘내 안의 속울음이 어찌 이리 붉었으랴’라고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감정은 결국 종장에 와서 ‘이제는 눈 감아도 환하게 탈 수밖에’없는 완전히 단풍에 한 몸으로 동화된 그럼에도 내 몸을 불 태우고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나서고자 하는 시적 메시지의 여운이 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수상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김준 이숭원 박영우
2021년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작
단풍단풍
김민정
풀벌레 울음소리 산기슭 풀어낸다
제 갈 길 가다말고 주춤대던 갈바람이
사는 건 혼돈이라고 어둠을 부추킨다
골짜기 흘러가는 계곡물 지즐대고
온 산에 달빛 들어 색이 색을 덧입힌다
할 말을 삼켜가면서 나도 한창 익어갔다
더 이상 참지 못해 온몸으로 토해내는
내 안의 속울음이 어찌 이리 붉었으랴,
이제는 눈을 감아도 환하게 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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