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앞에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지상의 길이란 길 / 한꺼번에 몰려온다
제 뼛속 의미들을 / 깎아내고 깎아낸 길
지나온 / 시간의 저편, / 직립으로 서 있는 나
새들처럼 날아가든 / 물이 되어 떨어지든
그건 너의 자유라고 / 너무 쉽게 말하지 마
한 번쯤 / 이렇게 서서 / 망설이지 않았다면
- 졸시, 「폭포 앞에」 전문
삶은 끊임없는 선택이다. 우리는 순간순간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걸까?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견디며, 그것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편안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고민이 있고, 갈등이 있고, 그 속에서 순간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전문)’
프로스트의 시처럼 우리는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인생의 어디쯤에선가 한번 쯤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 그때 그 일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 그때 그 물건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 귀머거리처럼 / 보내지는 않았는가 / 우두커니처럼…… // 더 열심히 그 순간을 / 사랑할 것을…… //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전문)
우리는 지나고 나서 그 모든 것들에 조금만 더 정성을 기울였다면 좀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텐데…하고 후회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길은 벼랑 앞에 서게 될 때도 있다. 이때 우리는 독수리처럼 날아오르는 비상을 하든가, 아니면 물처럼 직활강의 낙하를 하든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길을 택하던 훗날에 한 번쯤은 후회할 것이다.
어느 길을 택하든 그것은 본인이 선택해야하는 것이고, 본인이 선택한 삶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여 환하게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이며, 이미 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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