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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컬럼 연재

김민정 칼럼 55 - 교차로 신문 / 소백산 일기(www.icross.co.kr, 2016. 02. 1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5. 12. 17.

소백산 일기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철쭉나무 낮게 깔린 능선과 능선 사이

안개와 구름과 건너산의 눈부신 햇살

사랑도 너와 나 사이 낮게낮게 깔리더라

  

소백산 정상에서 카레가 끓는 동안

빨갛게 녹아내린 우리들의 겨울하늘

모두가 아름다워라 꿈결처럼 고와라

  

투명한 건 눈부신 건 햇살뿐이 아니었어

푸른 웃음 푸른 얘기 싱그러운 너의 눈빛

또 하나 능선을 그려 놓고 오늘밤은 별로 뜨자

- 졸시, 소백산 일기전문

 

며칠 전 학생들과 춘천의 김유정문학촌과 애니메이션박물관과 강촌레일바이크를 체험했다. 학생들은 김유정문학촌이나 애니메이션의 만화역사 등의 체험보다는 자기들끼리 떠들고 장난치고 노는 것이 더 즐거운 듯. 낭만열차를 탈 때는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모여앉아 그들만의 수다와 낭만과 놀이를 만끽하고 있었다. 친구끼리 모여앉아 신나게 게임을 하고 놀면서 웃는 그들의 쾌활한 웃음소리를 듣는 나도 마냥 싱그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행복바이러스가 내게까지 전염되어서이다. 그들의 추억을 위하여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예전 소백산에 함께 갔던 제자들 생각에 흠쩍 젖어들었다.

구산중학교에 근무할 때다.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데리고 올라가며 가르쳤던 아이들이라 정이 많이 들었던 제자들. 그 해는 2학년 여학생반 담임을 맡았는데, 1학년 때 담임했던 남학생들이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마침 수능감독에서 운 좋게 빠진 날, 여학생들은 집에서 허락을 하지 않아 남학생 3명만 데리고 소백산 등산을 가게 되었다.

수능전날 오후에 청량리에서 풍기행 기차를 타고 풍기역에서 내려 그곳에서 10리가 넘는 희방사 입구까지 버스를 탔다. 희방폭포 부근에 숙소를 잡고, 준비해 간 쌀과 반찬으로 저녁을 해 맛있게 먹었다. 이튿날의 등산을 위해 일찍 자라고 했는데도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계속 소곤거렸다.

다음 날 일찍 우리는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멀리 가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가야한다. 우리는 자주 쉬면서,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면 천천히 산을 올랐다. 아침에는 안개가 끼어 아침산의 신비감을 한껏 자아내더니 곧 하늘은 맑게 개고, 햇살도 눈부셨다. 잎 다진 11월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능선 멀리의 모습까지 매우 선명하게 보여 더없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날씨였다. 산공기 또한 매우 상쾌했다.

기상관측소를 지나고 연화봉을 지나고 철쭉나무 낮게 깔린 능선을 넘어 우리는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했다. 돌탑 옆에서 버너를 피우고 바람을 막아가며 희방사에서 씻어온 감자와 당근과 양파와 고기를 넣고 카레를 만들었는데 산 위라 냄비 뚜껑을 돌로 눌러가며 밥을 했건만, 그래도 밥은 약간 설익었다. 그런데도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는 카레밥은 얼마나 꿀맛이든지! 우리는 커피까지 끓여 마시며 추위를 덜어낸 후 소백산을 둘러보았다.

멀리 보이는 능선들은 11월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 이야기를 했다. 파일럿이 꿈인 정욱,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지혁, 회사원이 꿈인 승일, 그들은 지금 그 꿈을 이루며 살고 있을까? 그때의 그들의 맑고도 푸른 웃음, 싱그러운 풀잎처럼 빛나던 눈빛들이 아직도 내 가슴에서 반짝이며 나를 설레게 하고 내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얘들아, 꿈을 실현하며 행복하게 살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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