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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컬럼 연재

김민정 컬럼 2-교차로 신문/마지막 잎새,마지막 달력<www.icross.co.kr, 2013.12.09>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3. 12. 10.

 

 

 

 

 

마지막 잎새, 마지막 달력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마지막 한 장 달랑 남은 달력을 보고 있노라면 오헨리의 단편 와 담쟁이덩굴이 생각난다.

「마지막 잎새」와 마지막 달력은 어떤 닮은꼴이 있을까? 달력이 한 장 달랑 남는 때는 12월이다. 11월 말이면 나무들은 이미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뼈만 드러내고, 담쟁이덩굴 몇 장 남은 잎새 위로 찬바람만 굴러가고 있을 때이다.

「마지막 잎새」에서는 한 화가마을에 화가지망생 존시와 수가 있다. 존시는 죽음의 병 폐렴에 걸리고 수는 존시를 간호하게 된다. 하지만 존시는 희망을 갖지 않고 벽의 담쟁이덩굴 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래층 베이먼 노인도 화가인데, 수는 베이먼 노인에게 존시의 얘기를 하게 된다. 존시는 마지막 잎새를 보며, 간밤의 심한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마지막 잎새 때문에 삶의 희망을 가지면서 의사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얘기는 베이먼 노인이 어젯밤 폐렴으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베이먼 노인은 존시의 꿈을 위해 그 추운 밤에 사다리를 타고 마지막 힘을 다해 잎새를 그렸던 것이다. 비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남았던 마지막 잎새, 그건 젊은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그린 베이먼의 필생의 대작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인 12월의 달력, 그곳엔 왜 그리 약속일자가 많고, 할 일이 빼곡히 적혀 있는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 마지막 달력이 지게 되면 마치 ‘마지막 잎새가 지면 나의 생명도 다 하리라’는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 존시의 마음처럼, 한 해가 바뀌고 나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한 해가 바뀌기 전에 해야할 일들이 있어 바쁜 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아직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오는 것, 한 해를 잘 보낸 사람들은 다음 해에도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라면서 기다리게 될 것이고, 또 한 해가 힘들었던 사람들에겐 다음 해에는 좋은 일들만 많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2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기에 언젠가는 마지막 달력도, 다시 올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지막 잎새인 2013년 12월 달력 한 장, 아직은 우리가 못다한 일, 미진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다. 그가 있는 한 2013년의 희망은 아직 우리에게 머물러 있다. 12월 달력이 희망이라 여기며, 행운과 행복을 가져와 주기를 자신에게, 독자에게 기대한다.

그러면서 나즈막히 릴케의 「가을날」을 패러디한 시를 읊조려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2013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달력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2013년에다 많은 희망을 놓으십시오./ 2013년 마지막 달을 익게 하시고,/ 한 달만 더 빛나는 기회를 주시어/ 2013년을 완성시켜, 마지막 행운이 2013년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2013년 12월 9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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