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김민정 (시조시인, 문학박사)
길가의 가로수들이 그 동안 푸르고 싱그럽게, 울긋불긋 화려하게 걸쳤던 옷들을 벗고 앙상한 가지들만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 향해
뻗어있는 나목들의 잔가지 모습을 바라보면서 언제부터인가 그들에게서 무한한 힘이 느껴지고 진실로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건 내 의
식이 그만큼 성숙했기 때문일까? 그러한 가로수가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하던 날 썼던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속뼈까지 다 드러낸 내 그리움 닮아 있어
자꾸자꾸 쓸어주고픈 잎 다 진 가로수가
호호호 입김을 불며 다가서는 계절입니다
눈시울 붉혀오던 그 가을도 다 보내고
목숨의 결을 흔들며 깊은 삶을 탄주하는
한겨울 뿌리 깊은 나무 내 안에서 자랍니다
찬바람과 눈보라 속 쓸쓸함도 다 지우고
하늘 닮은 맑은 눈빛, 푸른 희망을 담아
연화대 부처님 같은 환한 미소 보냅니다
언 손을 녹여주고 시린 마음을 데워주고
모락모락 정담 피어날 한 잔의 차 그리워
찰랑한 기다림 속에 겨울편지 씁니다
우리들의 눈빛 속에 출렁이는 기쁨 같은
사랑을 가득 담아 축복을 가득 담아
이 아침 함박눈 같은 겨울편지 띄웁니다
추위가 다가오는 이 계절,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건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미진했던 인간관계에도, 그리
고 사랑과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도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내가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해보는 보람 있는 한 해의 마
무리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사랑과 축복을 가득 담은 눈길로….
강릉교차로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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