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루 편지
김 민 정
연두빛 발을 담근 오십천은 더 푸르고
바위도 앉은 채로 놓여있는 누각에는
한 천 년 받쳐 든 시간 망울망울 부푼다
양지귀 물들이는 산수유 눈을 뜨고
첫마음 못 다한 말 홍매화 옅은 기침
파릇한 햇살 속에서 숨바꼭질 한창이다
돌을 찧어 구멍 내며 소원을 빌었다던
옛사람 그 손길이 뜰에 아직 남았는데
절반은 눈물꽃 맺혀 그렁그렁 피어있다
하늘 향해 돛을 단 관동별곡 가사 터엔
송강의 푸른 노래 봄볕 속에 새순 돋고
오십천 아침을 연다 햇살무늬 반짝인다
(시조시학, 201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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