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시조

죽서루 편지 (시조시학, 2013 여름호)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3. 9. 1.

 

 

죽서루 편지

 

                                      김 민 정

 

연두빛 발을 담근 오십천은 더 푸르고

바위도 앉은 채로 놓여있는 누각에는

한 천 년 받쳐 든 시간 망울망울 부푼다

 

양지귀 물들이는 산수유 눈을 뜨고

첫마음 못 다한 말 홍매화 옅은 기침

파릇한 햇살 속에서 숨바꼭질 한창이다

 

돌을 찧어 구멍 내며 소원을 빌었다던

옛사람 그 손길이 뜰에 아직 남았는데

절반은 눈물꽃 맺혀 그렁그렁 피어있다

 

하늘 향해 돛을 단 관동별곡 가사 터엔

송강의 푸른 노래 봄볕 속에 새순 돋고

오십천 아침을 연다 햇살무늬 반짝인다

 

(시조시학, 2013 여름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