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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만석군의 <영혼의 노래> 시조평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2. 10. 20.

<서만석군의 영혼의 노래시조평>

 

지리산의 풍경, 밤하늘의 별, 공기처럼 순수하고 맑은 시조

 

                                                                                                                김민정(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문학박사)

 

1. 지리산

 

1부 지리산에서는 시인이 사는 마을 구례와 지리산의 모습을 사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누구나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고, 그것이 애향심으로, 애국으로 커져 가는 것이 순리이다. 서만석군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의 고향 사랑은 다른 시인들에서도 나타나듯이 애틋하다. 지리산 자락 구례에 살면서 지리산의 맑고 깊은 정기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단풍과 설경을 사랑하며 그것으로 힐링을 한다는 내용이 시편 곳곳에 나타난다.

 

섬진강

지리산이

어깨 위 토닥토닥

 

일깨워 미소 짓는

은빛과 금빛 들녘

 

다가선

나눔의 손길

예의 충절 구례이네.

구례求禮전문

 

이 작품에서는 구례라는 마을에 대해, 애착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섬진강 지리산이 어깨 위에 앉아 어깨를 토닥이고 있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들녘은 은빛과 금빛으로 아름답게 출렁인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나눔을 하며 사는 서 시인은 그곳이 예의와 충절의 고장임을 밝히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지리산 자락인 평사리, 또 구례라는 마을 이름도 보았던 것 같다. 또 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찾았던 구례라는 마을이 이 시조를 통해 다시 한 번 다가와 다정함을 안겨주고 있다.

 

지리산

돌샘들의

나직한 숨소리들

 

번뇌의

아픔들을

걸러낸 천신天神의 혼

 

영혼을

되짚어 보는

또 하나의 길[]이네.

전문

 

이란 작품에서는 지리산 돌틈에서 흐르는 작은 돌샘들의 나직한 숨소리가 소재가 되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사는 삶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나직하지만 그것은 번뇌의 아픔들을 걸러낸 천신의 혼이라는 것이며 영혼을 되짚어 보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그 속에는 작지만 맑음을 지니며 흘러가고 있는, 즉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오시는 수고로움

번뇌는

말끔하게

 

눈마중 힐링 길에

영혼을

모십니다

 

솔향이

가득한 치유의 방

피톤치드 입니다.

영혼을 치유합니다전문

 

이곳을 찾아오는 길의 수고로움과 번뇌는 이곳에 오게 되면, 먼저 눈을 마중하는 아름답고 맑은 풍경으로 힐링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솔향이 가득한 치유의 방, 곧 피톤치드가 또한 지친 심신을 치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다가올 듯하고 솔향이 코를 스치게 할 듯한 작품이다.

 

기다린/ 하얀 눈이/ 드넓게 펼쳐 놓은//

가을의 불구덩이/ 까만 곳 감쪽같다//

이제야/ 하얀 영혼으로/ 나뭇가지 춤을 춘다

 

뽀드득/ 맑은 소리/ []빛도 아름답다//

내민 손 멀리까지/ 안아본 멋진 세상//

디딘 곳/ 발자국 자리/ 이름자를 새긴다.//

하얀 영혼전문

 

겨울눈이 쌓인 지리산의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기다리던 그 새하얀 눈이 드넓게 지리산을 덮고 있는 모습이다. ‘가을의 불구덩이/ 까만 곳 감쪽같다고 한다. 눈은 가을에 태우고 남은 추한 흔적들도 감쪽같이 가려준다는 뜻이다. 나무에 내린 눈은 겨울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눈이 겨울나무에 쌓인 모습은 그대로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눈 쌓인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모습, 그것을 밟으면 뽀드득 나는 발소리, 하얗게 채색된 지리산의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 하얀 눈 위에 시인은 발자국을 새기고 있다. 겨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새기고 있다.

 

지리산 계곡마다 상고대 긴 여정들

멋스런 풍경들이 초기로 이어진 듯

깊숙이 걸어보는 영혼 마주하는 걸작이네.

 

하얗게 가시광선 빗살들 번득이고

발자국 하나 없는 설경의 맑은 선미線美

산세의 눈빛 고운 감상 신세계의 고향이네.

 

돌샘의 음계 소리 바람에 실려 가고

산경山景의 광음들이 일제히 솟구치니

옷깃을 세우고 걷는 내 영혼이 신선이네!

지리산 1전문

 

지리산 1은 같은 제목의 작품들을 1, 2, 3 으로 구분하여 쓴 시조 중 한 편이다. 이 시조는 하얀 영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인 듯하다. 겨울 눈 덮인 지리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모습의 상고대가 계곡마다 있고 그 풍경들을 걸어보고 있는 내 영혼과 혼연일체 되어 걸작으로 나타난다. 둘째 수에 오면 발자국 하나 없는 설경의 맑은 선미라고 한다. 눈밭이 만들어 내는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모래사막에서 곡선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비견할 만할 것이다. 산세와 능선이 그려내는 눈 쌓인 모습의 아름다움이 금방이라도 눈앞에 펼쳐질 듯하다. 그것은 영혼이 마주하는 신세계이며 선경이다. 돌에서 나오는 샘물의 소리가 바람에 실려 가고, 산경의 모습에서 광음들이 솟구치고 있음을 인지하는 시인은 옷깃을 세우고 걷는 내 영혼이 신선이네!’라며 신선의 세계에 노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하얀 눈이 덮힌 지리산 속의 시인은 자연이 전하는 웅장하고 위대한 모습과 소리들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신선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 우리의 멋

 

우리의

멋진 한옥

고운선 예쁜 한복

 

백조가

날개 펴듯

비상의 모습이네

 

저 하늘 예술문화일까?

보석처럼 빛나네.

고운 우리의 멋전문

 

2부에서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선으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우리의 한옥과 한복을 노래하고 있다. 한옥 처마의 선은 곡선이고 한복의 아름다움도 곡선에서 나온다. 서시인은 그것을 백조가 날개 펴듯 비상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것은 하늘의 예술문화라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한옥이나 한복에서 나타나는 곡선의 미를 천상의 예술문화로까지 높이며 칭송하고 있다.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당신의

깊숙한 곳

종소리 울리세요

 

다가선

그곳에서

조용히 부르세요

 

내민 손

아름답게 펼쳐

영혼들을 안으세요.

사랑하세요전문

 

이 시조집에는 자연에 대한 작품이 많고 인간에 대해 사랑을 노래한 작품은 많지 않다. 이 작품은 제목이 사랑하세요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삼라만상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인간에 대한 것이든, 자연에 대한 것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을 통해 시인의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 즉 따스한 마음가짐과 적극성을 볼 수 있다. ‘당신의/ 깊숙한 곳/ 종소리 울리세요라고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을 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다가선/ 그곳에서/ 조용히 부르세요라고 한다. 사랑은 요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민 손/ 아름답게 펼쳐/ 영혼들을 안으세요라며 영혼을 사랑하며 아름답게 펼쳐가라는 뜻이다. 사랑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종소리 울리듯 울려 나오게 하고 사랑의 대상을 조용하게 부르고 또한 손을 내밀어 영혼을 깊숙이 안으라는 뜻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삼라만상을 대하는 그의 진솔성을 느낄 수 있다.

 

푸른 빛

돋던 날의

내 영혼 시의 세계

 

시 한 편

깊이 새겨

펼치던 즐거움들

 

지면에 올려놓은 기쁨

그 웅어리 꽃 피우네.

꽃 피우다전문

 

누구나 자기가 쓴 작품이 인쇄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면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이 처음으로 실리게 되었다면 더욱 기쁠 것이다. 여기서는 그 기쁨을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드디어 자신의 작품이 꽃을 피웠다는 느낌을 갖고 그것을 시조로 형상화한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처음으로 지면에 실리게 되었을 때, 또 첫 시집이 나오게 될 때의 벅찬 설렘은 그것을 경함한 시인이라면, 아니 글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삶이란

조각하듯

조이는 아픔 안고

 

움켜 진

절미의 꿈

가치관을 지켜내는

 

내 영혼

한 걸음씩 옮겨

한 세기를 이뤄간다.

절미絶美전문

 

삶은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다. 자기의 생을 조각하듯 하며 절대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모습은, 이것을 인지하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삶이 소중할 것이다.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의무처럼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런데 서시인은 이것을 인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남기기 위해 조각하듯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삶도 절대로 함부로 살지 않을 것이다. ‘내 영혼/ 한 걸음씩 옮겨/ 한 세기를 이뤄간다고 한다.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잘 알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남고 싶어 절미絶美를 찾는 그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

 

속피 살/ 밀어 올린/ 칼날의 숨 가쁨이//

눈여겨/ 참 볼수록/ 멋스런 춤꾼 영혼//

나무는/ 목수의 마음/ 저리 알 듯 들썩이네

 

치솟는/ 하얀 속살/ 오월의 트랙 위에//

바람의/ 회전목마/ 타고서 춤을 춘다//

녹색의/ 푸른 날처럼/ 아름다움 펼쳐가네.

춤쟁이 목수전문

 

춤쟁이 목수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춤을 추듯 자기의 일에 몰두하며 황홀하게 일하는 목수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자기의 일을 사랑하며 그 일에 미쳐서 춤추듯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모습은 다양하고 직업도 천차만별이지만, 우리가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는 그 사람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할 때의 모습이다. 가수는 가수답게, 춤꾼은 춤꾼답게, 학자는 학자답게 자신의 일에 미쳐야만 무엇인가 완성되어 나온다. 이 작품에서는 목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목수답게 칼끝으로 나무의 결에 따라 열심히 나무를 다듬는다. 마치 신나게 춤을 추듯이 목수 일을 행하고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꽃살 창호//

줄무늬/ 매끄러운/ 그 모습에 향기 가득//

문지방 넘나들 때마다 가슴 깊이 스미네

 

순발력 날카로움/ 집중력/ 그 눈빛이//

영혼을/ 치유하는/ 외로운 투시력에//

예리한 칼날 시대의 수 세기 향 이어지네.

꽃살 무늬 창호전문

 

꽃살 무늬 창호춤쟁이 목수와 연계된 작품으로 보인다.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꽃살 창호라고 한다. 목수의 순발력 날카로움/ 집중력/ 그 눈빛이에 의해 태어난 작품인 것이다. 목수의 예리한 칼끝으로 이루어지는 멋진 예술인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시인의 눈 또한 예리하다.

 

거칠게 달려온 곳 반환점 기쁨 아닌

조금은 망설이는 타협의 넓은 면적

올곧은 삶은 아니었네 고스란히 눈물이네

 

출판물 기록 문서 눈 감아 필름 돌 듯

고문서 폐기물이 되어서 나타나는

그을린 내 영혼 몸값 옥션 경매 값도 없네

 

그토록 줄을 서서 긴장한 순간들이

저만치 깊은 환청 슬픔을 되새기는

기차역 끝 번호 열차가 떠나가는 모습이네.

내 영혼의 반환점전문

 

내 영혼의 반환점이란 작품은 자신의 삶, 영혼의 반환점을 생각하며 쓴 작품이라 생각된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의 생을 턴하는 모습을 꿈꾸는 작품인 것이다. 현재 시인은 구례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다. 자신이 늘 보는 지리산의 아름다움과 밤하늘 별들의 세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노래하고 싶어하는 시인이다. 세상에 별 관심이 없이, 순박한 농군의 모습으로 살아오던 자신의 모습, 세상에 대한 타협도 없이, 아니 타협이란 개념조차 갖지 않은 채 살아오던 삶에서 이제는 조금 더 크게 눈을 뜨고 세상과 타협도 해야겠다며 첫째 수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거칠게 달려온 곳 반환점 기쁨 아닌/ 조금은 망설이는 타협의 넓은 면적/ 올곧은 삶은 아니었네 고스란히 눈물이네라고 한다. 세상과 타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산 삶의 모습도 올곧은 삶은 아니었네 고스란히 눈물이네라는 표현 속에서 진솔함과 그동안 삶의 힘든 모습도 느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달픈 것이다. 중장에서는 그을린 내 영혼 몸값 옥션 경매 값도 없네라며 자신의 삶이 허름했음을 각성하고 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

그토록 줄을 서서 긴장한 순간들이/ 저만치 깊은 환청 슬픔을 되새기는/ 기차역 끝 번호 열차가 떠나가는 모습이네.’라며 그토록 긴장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삶이 이제 떠나가는 기차처럼 떠나고 있음을, 새로운 삶에로의 도전을 생각하며 다른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삶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은 시인의 의지가 이 작품에서는 잘 나타난다. 그가 바라는 모습은 무엇일지 모르나, 상상하건대 멋진 시조시인으로, 시조를 잘 쓰는 시조시인이 되고픈 것이 아닐까?

 

3. 천상의 나팔소리

 

3부에서는 어머니와 천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어머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시인들이 쓰는 주제와 소재 속에도 어머니는 늘 등장한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읽는 독자에게도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여 가슴 뭉클하게 한다. 서만석군 시인의 시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북풍의

칼바람이

어머니 선잠 깨운

 

달빛 속

올리시는

정화수 고운 손길

 

얼음꽃

피는 줄도 몰라

옷고름만 울어싼다.

기도전문

 

차가운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느라 추운 줄도 모르고, 얼음꽃이 옷고름에 매달린 줄도 모르는 어머니의 기도 순간이다. 이것을 바라보는 자식의 가슴은 얼마나 뭉클할까. 이렇게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던 우리들의 어머니, 그 자식들이 얼마나 성공을 했으며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식들의 성공은 어머니가 기도를 올린 덕분도 있겠지만, 그것을 바라본 자식들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식을 위해 온 정성을 다 바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머니가 바라는 성공의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자식들이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도의 효과는 나타난 것이다. 함부로 몸을 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더욱 노력하는 자세로 공부하고 성공하려 노력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온 마음을 모아 기도하느라 옷고름에 고드름이 매달려 우는 소리도 모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우윳빛 달항아리

껴안듯

마주하면

 

어머니 가슴속에

둥둥둥

범종 소리

 

이 아침 젖물 가득 흘러

영혼 깊이

스미네!

범종 소리전문

 

시이은 우윳빛 달항아리를 껴안듯 마주하면이라며, 둥근 달항아리를 바라보며 그것이 어머니의 젖가슴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항아리의 색상이 우윳빛이고 모양 또한 둥글어 어머니의 젖가슴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라보며 시인은 어머니 가슴속에 둥둥둥 범종 소리를 들으며 그곳에서 젖물이 가득 흘러 내 영혼 깊이 스미고 있다고 한다.

 

검퇴한 무명치마 언제쯤 지었을까?

엄니는 늦은 연세 감추고 입으셨네

구릿빛 살결 위 스친 수 세기의 수학이네

 

이 멋진 시대 건너 북망산 가실 적에

남기신 유언처럼 장롱 속 깊은 곳에

나란히 마음의 절개 고이고이 남겼네

 

이 아들 눈치 보며 새겨둔 그 자리엔

선명한 지문 자국 그대로 남아 있어

내 영혼 잊을 수 없어 통곡하는 이 슬픔

무명치마전문

 

이 작품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롱 깊은 곳에 남아있던 고인의 무명치마를 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했을 때 <통곡의 방>이란 곳을 가 보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하늘이 보이는 방에서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생각날 때 이 방에 들어가 통곡을 했다는 어느 왕의 이야기가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떠올랐다. 어머니의 유품으로 하여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시인의 지극히 순수한 인간적 감정이라 볼 수 있다.

 

알록이 물들이는

천상의 나팔꽃들

 

내 마음속 타고서

뚜우뚜우 나팔부네

 

이 아침

아름다운 소리

영혼들을 일깨운다.

천상의 나팔소리전문

 

천상에 대한 작품들이 꽤 여러 편이다. 깨끗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세계를 꿈꾸는 시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그 중에 한 편인 천상의 나팔소리는 천상의 모습을 꿈꾼다기보다는 아름답게 피어난 나팔꽃을 보면서, 그것을 천상의 나팔소리로 상상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 타고서/ 뚜우뚜우 나팔 부네로 표현되고 종장에서는 이 아침/ 아름다운 소리/ 영혼들을 일깨운다고 한다. 시란 사실만의 표현이 아니라 사실과 상상이 함께 만들어 내는 공간 세계인 것이다. 천상의 노래, 천상의 거울, 천상의 시 한 편, 천상의 꽃, 천상의 우담바라등이 여기에 속한다.

 

4. 나의 별성 왕국

 

4부에서는 나의 별성 왕국등 별들의 세계를 주제와 소재로 쓴 작품들이 많다. 이런 작품이 왜 많을까 생각해 보니 지리산 자락에서는 밤하늘의 별이 그만큼 잘 보여서 일 거라고 생각된다. 동강에서 별이 잘 보인다고 하듯이. 우리나라에서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는 소백산에 천문관측소가 있는데, 그곳은 주변에 강과 바다가 없어 습도가 낮고, 공기가 맑기 때문에 밤하늘의 별 관측이 다른 곳보다 잘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리산에서도 공기가 맑아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일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별(별성)에 대한 시조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저 하늘

별성 자리

오래 전 지은 집에

 

내 영혼

GPS

띄우고 찾아 나서

 

이제는

쓸고 닦으리

무도회를 시작하리.

무도회전문

 

무도회에서는 하늘의 별성 자리에 오래전에 지었던 집을 찾아 그곳을 쓸고 닦아서 사람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GPS란 단어는 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이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그 사람의 위치 추적을 할 때 사용되는 언어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지은 집, 그래서 위치도 확실하지 않아 내 영혼의 GPS를 띄우고 찾아 나서고, 무도회도 하겠다고 것이다. 조금은 허황된 꿈일 수도 있고,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맑은 영혼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순수를 찾아가는 마음으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극초음속 시대 건너 그리움이란 작품도 맥을 같이한다.

 

졸음에 사투하는 별빛의 긴 긴 밤도

네모난 입체 위에 묘사를 아름답게

영혼을 그려내는 삶이 몽당연필 가는 길

 

민첩한 마술사 손 육각의 춤 사이로

칼날의 날렵함이 귀 열어 듣는 소리

긴장감 앞세우는 눈빛 깊은 연출 심현의 길

 

몰라서 아닌 듯 해, 불현듯 더 작아진

밤하늘 높이에도 생채기 느껴오는

이제야 피를 토하는 숨가쁨의 외로운 길.

몽당연필전문

 

 

시인의 길목몽당연필에서는 밤에 시를 쓰며 졸음과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힘든 것을 참고 견디며 시를 창작하는 시인의 고뇌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네모난 종이 위에 영혼을 그려내는 삶이 몽당연필 가는 길이라고 한다. 몽당연필로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민첩한 마술사 손 육각의 춤 사이로/ 칼날의 날렵함이 귀 열어 듣는 소리/ 긴장감 앞세우는 눈빛 깊은 연출 심현의 길이다. 한 장의 종이를 메꿔가며 밤을 새우며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시인의 노력의 순간들에 대한 것이다. 몽당연필의 이제야 피를 토하는 숨가쁨의 외로운 길이며 그것은 또한 또한 시인의 길이기도 하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이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시 한 편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이 작품에선 보여준다. 서만석군시인 뿐만 아니라 모든 시인들이 그러할 것이다.

 

깊은 밤 슬몃 눈을 감으면서 우주여행

5차원 영력 속을 향하여 입문한다

주술 속 먼 점괘가 아닌, 나의 미래 세계다

 

양분된 양과 음의 긴 여정 꿈을 안고

아름다움 위하여 내 영혼을 찾을 나라

조금은 앞서가는 지혜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긴 호흡 내쉬면서 조심스레 시작하네

이제는 낮아지고 조금은 나눔 하리

삶이란 자유스런 약속, 그 언약을 선서한다.

먼 미래 나의 세계전문

 

 

은빛이 꽃피우는 긴 밤의 그 설렘을

내 영혼 클래식의 선율에 기대 본다

달 얼굴 발길을 짚어 뒷굽 살풋 춤을 춘다

 

저 하늘 별빛 고향 네온의 그곳으로

마지막 비행선에 떠나던 흥분일 때

당돌한 못생긴 얼굴 고갤 들고 손 흔든다

 

혼자만 외쳐보고 싶었던 은하수 길

내밀어 바라보던 수많은 별성들을

하나쯤 이름을 새겨둔 나의 뿌리 왕국이다

 

태어난 운명의 날 알 수는 없었던 곳

오늘은 GPS 추적기를 살펴 가며

내 이름 적어둔 주소 기억 속에 확인하다.

나의 별성 왕국전문

 

자신의 별을 찾아서 그곳을 그리워하며 찾아가고자 하는 시인, 그곳은 어디일까? 모든 사람에게도 자신이 태어난 별이 있을까 궁금하다. 그곳은 서만석군 시인이 말하는 저 하늘 별빛 고향 네온의 그곳으로 / 마지막 비행선에 떠나던 흥분일 때/ 당돌한 못생긴 얼굴 고갤 들고 손 흔든다고 한다. 태어난 운명의 날 알 수는 없었던 곳/ 오늘은 GPS 추적기를 살펴 가며/ 내 이름 적어둔 주소 기억 속에 확인하다.’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임종할 때 자신이 태어난 그 별을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직 서만석군시인은 이곳을 찾아가기에는 먼 훗날의 일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 먼 미래 나의 세계가 되는 곳일 것이다.

 

잠잠한 밤하늘에 환상의 별빛들이

클래식 선율처럼 흐르듯 춤을 춘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내 영혼을 붙잡는다

 

어둠이 깊이 들은 명함의 화려함도

산기슭 홀로 서는 나그네 허루함도

이제껏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위로한다

 

시인의 암송들이 불현듯 솟구치고

살포시 떨어지는 낙엽의 손사래가

귓전에 몸소 부딪혀 긴 시간을 젖게 한다

 

지금은 몇 시일까? ! 아니 아직이다

발걸음 서성이는 가을밤 눈 마중과

찬 이슬 촉촉함 함께 자연으로 기대선다.

블랙홀전문

 

블랙홀이란 검은 구멍(black hole)을 말한다. 즉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어서 검게 보이는 천체를 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블랙홀이란 이름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만석군 시인은 이 블랙홀조차 정겹게 표현하고 있다. 첫 수부터 잠잠한 밤하늘에 환상의 별빛들이/ 클래식 선율처럼 흐르듯 춤을 춘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내 영혼을 붙잡는다고 한다. 블랙홀의 의미는 차라리 둘째 수에서 어둠이 깊이 들은 명함의 화려함도/ 산기슭 홀로 서는 나그네 허루함도/ 이제껏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위로한다는 내용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모드 것을 암흑화 시켜버리니까 화려함, 허루함, 남루함도 모두 묻힐 것이므로…… 위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무이다.

그러나 그러한 블랙홀인 곳에서도 시인의 의식은 깨어있다. ‘지금은 몇 시일까? ! 아니 아직이다/ 발걸음 서성이는 가을밤 눈 마중과/ 찬 이슬 촉촉함 함께 자연으로 기대선다.’고 한다.

 

서만석군의 시조에서는 자신이 사는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 구례의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지리산의 청정한 모습, 주변의 깨끗한 산과 들과 공기와 별들까지 모두가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작품을 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어렸을 적 어머니의 사랑을 나타내고 또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한 깨끗한 세계를 추구하여 천상의 세계를 그리는 모습과 하늘의 별성들을 노래하며 그 별들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시조는 지리산의 풍경이나 밤하늘의 별이나 공기처럼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다.

서만석군 시인이 추구하는 인생의 반환점이 시조를 좀 더 열심히 쓰고, 좋은 작품을 쓰는 시인이 되는 것이라면 그 바람대로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번 시조집 영혼의 노래발간을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순수하고 맑고 아름다운 작품을 쓰시고 문운도 빛나시길 기원한다.

                                                                                                                                            2022. 10. 14.

                                                                                                                                            김민정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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