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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단풍(김민정)/이도현(시조문학 2021 가을호)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1. 10. 25.

단풍단풍

 

김민정

 

풀벌레 울음소리 산기슭 풀어낸다

제 갈 길 가다말고 주춤대던 갈바람이

사는 건 혼돈이라고 어둠을 부추킨다

 

골짜기 흘러가는 계곡물 지즐대고

온 산에 달빛 들어 색이 색을 덧입힌다

할 말을 삼켜가면서 나도 한창 익어갔다

 

더 이상 참지 못해 온몸으로 토해내는

내 안의 속울음이 어찌 이리 붉었으랴,

이제는 눈을 감아도 환하게 탈 수밖에

            - 김민정의 <단풍단풍>전문

 

  김민정 시인의 가을은 '단풍단풍'으로 타고 있다. 제목부터 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첫수에선 풀벌레 울음과 갈바람이 뒤섞여 어둠을 부추기고, 둘째 수에선 계곡물이 재잘대고 온 산 달빛이 융합하여 시인 자신도 물이 들어 가을로 익어간다. 마지막 수에선 드디어 화자의 속울음까지 붉어 눈을 감아도 단풍으로 활활 탈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가을 단풍을 미화 또는 점층시키고 있다.

  김민정의 작품은 각 수에서 초장과 중장은 대상을 구체적(감각적)으로 묘사하다가 종장에서 그것들을 추상적으로 마무리한다. 다시 말하면 이미지와 관념이 결함하여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이른바 중층묘사(중층묘사)의 기법을 활용, 이상적인 시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시인의 몸과 마음이 단풍과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토해내는 속울음이 붉에 물들어 눈을 감아도 활활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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