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닻 내린 뱃머리 끝 수평선이 걸려 있다
알몸의 조개더미 속 숨어드는 갯바람에
뉴스는 어제와 오늘 세상 주름 일러주고
사는 일 쉽지 않다고 말로하면 모를까봐
딸아이 교복치마 주름을 펴는 아침
덜 지운 얼룩하나쯤 좌표처럼 남겨둔다
그 누가 자식 두고 주름질 일 하겠냐만
모래톱 쌓인 발자취 그 쓸쓸한 자화상
등대는 은빛 물결 위 외줄타기 한창이다
- 오영민, 「갈매기의 꿈」 전문
가정의 달 오월이다. 어버이날이 지났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어디를 보아도 신록의 아름다움으로 마음도 마냥 싱그러운 달이다. 훈풍이라도 훅 뺨에 와 닿으면 ‘아, 오월이구나!’ 마음속의 감탄도 솟구친다. 곧 향긋한 아카시아향기도 다가오리라.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오월에 가장 사랑해야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고, 청소년의 달이다.
위의 작품을 읽으며 부모의 마음이 생각난다. “뉴스는 어제와 오늘 세상 주름 일러주고”에서 자고나면 세상의 주름인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일상을 말하고 있다. “사는 일 쉽지 않다고 말로하면 모를까봐/ 딸아이 교복치마 주름을 펴는 아침”에서 보듯 사는 일은 주름을 펴면서 사는 것이라고, 늘 쉽지 않다고 알려줄 겸 자식에게 주름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 그래서 교복의 주름을 정성껏 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전형적인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그 누가 자식 두고 주름질 일 하겠냐만/ 모래톱 쌓인 발자취 그 쓸쓸한 자화상/ 등대는 은빛 물결 위 외줄타기 한창이다”이라며 자식의 삶이 주름질 일 되지않게 노력하다가 돌아보면 이미 부모인 자신은 늙어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자식에게, 남편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다가 돌아보면 늙어가는 쓸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멀리 높이 날고 싶은 꿈이 누구에겐들 없을까마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다보면 정작 자신에게 남는 건 쓸쓸함뿐이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도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해 보지 못한, 가 보지 않은 길이 있어 미련과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후회를 조금은 덜 하기 위해서는 ‘너만을 위해 살았다든가, 너희만을 위해 살았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면 좋을 듯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시간을 써야겠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얼마큼의 시간은 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식들이나 남편이나 제3자에게도 그것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넘치지 않고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는 것, 중용을 지킨다는 것, 선을 지킨다는 것 살면서 참 힘든 일이다. 인생엔 연습이 없기에, 두 번 올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일찍부터 현명하고 철이 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살면서 후회한 순간이 한 번도 없다거나, 지나간 일 중에 부끄러움이 없는 시간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순간을 교훈 삼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사는 삶이 현명한 삶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아직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벗어난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나로 하여 다른 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좀 더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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