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꽃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밤새 내 곁에서
뒤채던 물안개가
웅크린 어둠 몰며
환하게 문을 연다
목덜미
붉어오는 아침
해가 피어 오른다
-졸시, 「둥근 꽃」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이란 말이 실감나던 2016년 병신년을 보내고, 정유년 새 해를 맞았다. 새해가 왔다는 것은 단순히 달력 한 장의 바뀜, 단순히 새 하루가 밝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은 하루가 왔음에도, 어제 보던 해와 비슷한 해가 솟았을지라도 사람들은 그 해를 보며 새해라 하여 소망을 빌기도 하고,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것은 새해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 안에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임하고 싶은 한 해를 맞고 싶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지난 일들 중에 행복했던 일은 간직하고 싶지만 불행하거나 안 좋았던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신이 발전하거나 좋아지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꿈, 건강해지는 꿈, 멋진 사랑을 이루는 꿈, 성취를 바라는 꿈, 취직을 바라는 꿈 등 자신과 가족과 이웃을 위해 새롭게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새로운 1년을 맞음으로써 자기 앞에 남은 1년 365일이란 시간의 담보 안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정계에선 자신의 본분을 잊고, 자신의 본분에 맞지 않게 행동하여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나라의 꼴을 우습게 만들기도 했고, 결국은 자신들도 혼란스럽고 힘든 한 해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 때문에 새해마저 그러한 과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모든 것이 모나지 않고 둥글면 좋겠다. 자기의 직분과 본분에 충실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권력을 남용해서도 안 되고, 남의 권력을 자신의 권력처럼 써서도 안 될 것이다.
새해에는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오늘을 대충 허비하거나, 과거에서 허우적 거리거나, 미래에만 열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제에 발목을 잡히거나 미래를 근심하다가 정작 너무나도 소중한 오늘을 허비해 보내는 일이 많아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방법이 없고, 미래는 비록 3만 6천 오백일이 계속 이어져 온다 해도 그 날에는 각기 그날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튿날로 미룰만한 여력이 없다. 하늘은 스스로 한가하지 못하여 항상 운행하여 계절의 변화와 매일의 변화를 주는데, 사람이 어찌 한가할 시간이 있겠는가?
하루가 쌓여 열흘이 되고, 열흘이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쌓여 1년이 된다. 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이 평생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 된다.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 쌓여 미래의 내가 되는 것이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매일 매일 새롭게 어제와 다른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정유년, 새해에는 자기 직분을 정확히 알고, 오늘, 즉 ‘지금, 여기’를 가장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한 해가 둥근 꽃처럼 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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