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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컬럼 연재

김민정 칼럼 72 - 교차로 신문 / 몰두 (www.icross.co.kr, 2016.08.1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6. 8. 15.

 

 

몰두

 

 

            

 

김민정(시조시인, 문학박사)

 

 

 

 

생각의 입자들이

 

잠시

 

충돌한다

 

 

발설하지 못한 말과

 

이미 뱉은 말들 사이

 

 

달리다,

 

주춤거리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 졸시「몰두」전문

 

 

 

 

입추가 지났지만 연일 무더위 속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이렇게 더운 날인데도,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다가 보면 땀을 뻘

 

뻘 흘리면서도 그 무더위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다가 보면 저절로 인내심이 생기는 것인지, 인

 

내심이 생겨 몰두하게 되는 것인지….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또는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 때는

 

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잊어버리고 그 일에 몰두하게 되나 보다. 하나의 시를 쓰는 경우도, 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말

 

이다. 위 시는 시를 쓰면서 시어를 고르는 과정의 몰두를 염두에 두고 쓴 시지만, 언어에 대해, 또 인내심에 대해서도 잠

 

시 생각을 해 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영화 ‘모정’의 주제곡을 부른 낫 킹 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이다. 그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8세의 낫 콜은 어느 봄날 아버지와 함께 백인들이 사는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 때 젊은 백인 청년이 길

 

을 물었다. 그의 아버지가 길을 가르쳐 주는 순간, 느닷없이 젊은 백인에게 얻어맞아 땅바닥에 쓰러졌다. ‘미스터’라는

 

존칭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은 흑인들에 대해 그렇게 가혹했던 것이다. 코피를 흘리며 낫 콜의

 

아버지는 정중히 사과했다. “아이 엠 소리, 미스터.”(미안합니다, 나으리.)

 

그것을 보고 있던 백인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낫 콜은 눈이 뒤집혀 불끈 주먹을 쥐고 백인에게 대들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잽싸게 아들의 팔을 끌며 나직이 그리고 세차게 타일렀다.

“참아 낫, 지금은 안 돼. 아직은 안 된다!” 집에 돌아온 그는 밤새 울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마침내 낫 콜은 백인보다 훨씬 출세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낫 킹 콜이 된 것이다. 그 때 낫 콜이 수모를 참지 못하고 백인에게 대들었다면 백인보다 훌륭한 가수가 되었을까?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감정이 상할 때라도 입속에만 삼키고 말을 하지 않는 참을 수 있는 인내를 기르는 것은 삶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더 큰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참지 못해 상대에게 대들거나 싸울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하고 가슴에만 쌓아두고 입 밖으로 발설하지 못한 채 묻어둔다면 속앓이로 병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계속해서 당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억울함을 지적할 때는 조금은 지혜롭게 서로의 감정이 덜 상하도록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말을 할 필요가 있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말을 언제든 상기하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도 좋을 듯하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므로….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말만 써야 좋은 시가 되고, 독자도 지루하지 않게 시를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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