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애잔한 전설의 시화(詩化)
- 김민정의 「황지연못-영동선의 긴 봄날 72」
우현(宇玄) 김민정(金珉廷)시인의 시집 ?영동선의 긴 봄날?(동학사, 2008)은 시인의 깊은 서정과 시인이 기록해가는 서사가 충실하게 결속한 일종의‘사부곡(思父曲)’이다. 이 시집 속에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황지연못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반인에게는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이 연못에는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못의 형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민정 시인은 이러한‘황지연못’의 전설을 시조양식에 담아 대화체로 들려준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 딸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시인의 어조에는 전설의 서사적 줄기를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대상에게 귓속말을 하듯 친근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다.
황지연못에 서린 전설을 형상화한 김민정 시조에는 부자일수록 남들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과 한번 선택을 하면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가르침이 동시에 담겨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애잔한 이야기이고, 기억할 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유성호: 한양대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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