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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봄산 / 김교한 - 시가 있는 병영 6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19.


 

 

 

 

 

2009년 04월 20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봄산 <김교한>


                                 아침 산은 말 없어도 넌지시 눈짓한다 
                                 꽃물감 들인 능선을 지나는 구름이 멎어 
                                 불그레 빗물을 적시고 풍선처럼 이동한다 

                                 손에 접은 시 한 쪽을 간간이 펼쳐 보고 
                                 또 다른 삶의 빛을 새순처럼 대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밀친 적막함을 다 모은다 

                                 진달래 앞장세워 천주산 등에 서니 
                                 숨 가쁜 오르막길 젖은 땀의 보람만큼 
                                 세상은 열리어 있다 누군가의 외침이 있다



   작가는 울산광역시 울주 출생. 한국문인협회 회원, 마산문인협회장, 노산시조연구회장 등 역임. 시조집 : 분수·도요를 찾아서·미완성 설경 한 폭 등이 있음.

봄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아침 산을 건너다보는 화자의 모습이 첫 수에서 나타난다. 거기에 봄산은 넌지시 눈짓한다. 아름답게 꽃들이 피어 꽃물감을 들인 것 같은 봄산의 능선으로 구름이 지나다 멈추어 비를 뿌려주고 산은 불그레 빗물에 젖고 구름은 풍선처럼 다시 이동하는 한가로운 봄 아침 산의 모습이다.

그 가운데 시인은 한편으로는 시를 생각하며 시상에 잠기고,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삶을 새순처럼 준비한다. 그 가운데 기나긴 시간의 삶의 여정, 삶의 적막함이 모이고…. 셋째 수에 오면 화자는 ‘숨 가쁜 오르막길 젖은 땀의 보람만큼 / 세상은 열리어 있다 누군가의 외침이 있다’고 한다. 숨 가쁘게 열심히 오르막의 삶을 살면 그 노력한 보람만큼 나의 삶 앞에 펼쳐지는 미래는 환하게 열리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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