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컬럼 연재
저녁에 / 김광섭
시조시인 김민정
2023. 5. 23. 22:31
아름다운사회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전문
이 시는 교과서에도 많이 실리고, 노래로도 많이 불린 우리들에게 익숙한 시다. 별을 제재로 하여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성찰을 통하여 소중한 인연 사이의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관조적, 사색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시적 화자는 ‘저녁에’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천상의 ‘별’과 지상의 ‘나’의 소중한 인연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별 하나와 나 하나가 동시대에 만나고 있음을, ‘나와 너’의 깊은 인연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인은 ‘별’을 통해 공간적 거리를 초월하여 지상에 같이 살아가는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하고 정답고 소중한 존재들을 떠올린다.
1연은 소중한 존재와 나의 친밀한 교감을 나타내는 부분으로 ‘별’의 시선과 ‘나’의 시선을 함께 제시하여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의 별은 ‘소중한 존재’, ‘그리워하는 대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연은 친밀한 관계의 소멸을 말하고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바라보던 어느 한 별이 수많은 별들의 밝음 속에 묻혀 그 모습이 사라지고 ‘나’ 또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소중한 존재끼리의 교류 단절, 관계의 소멸을 표현하고 있다. 만남은 곧 헤어짐을 의미하는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3연은 소중한 존재와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을 노래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시적 화자는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무엇이 되어’는 ‘어떤 모습의 존재가 되어’의 의미로 읽을 수 있으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의문형의 말속에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짙은 소망이 들어있다. 결국 이 작품은 소중한 존재 사이 인연의 소중함과 관계 회복의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인연들은 더 많이 나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인연이란 가까이 있을 때도 있고, 또 사는 일에 바빠서 좋아하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많은 밤하늘 별들 중에 하나가 나를 바라보듯이 나 또한 수많은 인간들 중에 그 하나를 만나서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지만, 인연이란 전면으로 부상했다가 배경으로 멀어지기도 하여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정다운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멀어지거나 소멸되더라도 이 시처럼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좋은 인연으로 언제까지나 이어지고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인간들은 자기와 가까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인연을 맺고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서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며 서로에게 잘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