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송리 해변에서
예송리 해변에서
김 민 정
돌 구르는 밤의 저쪽 퍼덕이는 검은 비늘
등솔기며 머릿결에 청청히 내린 별빛
저마다 아픈 보석으로 이 한 밤을 대낀다.
낙지회 한 접시에 먼 바다가 살아 오고
맥주 한 잔이면 적막도 넘치느니
물새는 벼랑에 자고 어화등(漁火燈)이 떨고 있다.
당신의 말씀 이후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삭망의 별빛 속에 드러나는 능선이며
때로는 샛별 하나쯤 띄울 줄도 아는 바다.
가슴속을 두드리며 깨어나는 말씀들이
맷돌에 갈린듯이 내 사랑에 앙금지면
바다도 고운 사랑 앞에 설레이며 누웠다.
아무도 없고, 달빛조차 없는 밤마다 앞에 그대 서 본 적이 있는가. 먼 하늘에 별빛만이 반짝이는 밤, 우주의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 끊임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 그 파도소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몇 천 년, 몇 만 년 전부터 철썩였을 것이고, 우리가 가고 없는 몇 천 년 몇 만 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자연에 비해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인간은 자연의 영원성 앞에 서면 겸허해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