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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김민정 이미지 67 - 강동예술인 페스티벌 시낭송(20120714)

시조시인 김민정 2012. 7. 19. 22:01

제2회 강동예술인 페스티벌 시낭송<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안내장 前面

 

제2회 강동예술인 페스티벌 시낭송<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안내장 後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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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낭송 직전, 잠깐 짬을 내어오신 시낭송하러 오신 구청장님과 한컷

(이경주시인, 김민정시인, 이해식구청장님, 2012. 07. 14)

 

 

 

 

 

 

 

 

      (10)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67 사진/함동진

 

예송리 해변에서 / 김민정

 

                             낭송 : 우현 김민정

 

돌 구르는 밤의 저쪽 퍼덕이는 검은 비늘

등솔기며 머릿결에 청청히 내린 별빛

저마다 아픈 보석으로 이 한 밤을 대낀다.


낙지회 한 접시에 먼 바다가 살아오고

맥주 한 잔이면 적막도 넘치느니

물새는 벼랑에 자고 어화등(漁火燈)이 떨고 있다.


당신의 말씀 이후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삭망의 별빛 속에 드러나는 능선이며

때로는 샛별 하나쯤 띄울 줄도 아는 바다.


가슴속을 두드리며 깨어나는 말씀들이

맷돌에 갈린듯이 내 사랑에 앙금지면

바다도 고운 사랑 앞에 설레이며 누웠다.

 

 

 

 

 

 

 

 

 

 

 

 

 

 

 

 

 

 

 

 

 

 

 

 

 

 

 

 

 

 

 

 

 

 

 

 

 

 

 

 

 

 

 

 

 

 

 

 

 

 

 

 

 

 

 

 

 

 

 

 

 

 

 

 

 

 

 

 

 

 

 

 

 

사진: 김민정, 함동진, 정복기, 신선희 등

 

 

 

 

 

 

 

“안녕하십니까?

예술을 사랑하시고 그 예술이주는 정서의 풍요를 얻기 위하여 이곳을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행사의 제1부 진행을 맡은 시를 쓰고,

시낭송을 하는 도경원입니다.

 

귀한시간을 이곳에서 함께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인사를 드립니다.

여름날 저녁 무렵 노을처럼 아름다운 시와 몸짓이주는 행복을 곱게 담아, 우리들의

가슴속에 흐르는 은하수에다 띄워보는 강동예총 문인협회와 무용협회가 함께

펼치는 감동의 무대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그 문을 열겠습니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쳐다보듯이 그리움과 설렘으로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오늘 이시간이 여기계신 무든 분들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랫동안

간직되기를 바라면서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제1부에서는 풀벌레 소리처럼 고향생각이 나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으로 보석 같은 시를 시인들과 시낭송가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시낭송이

있겠습니다. 여기에 출연하시는 분들은”...

 

 

 

이것은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그 행사시작을 알리는 사회자 멘트입니다.

행사를 마치고나니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듯 후련하면서도 그 시간들이 매우

감동적이고 향기로운 것이었음에 자꾸 돌아보아집니다.

더 잘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첫 행사인데 나름대로 잘 했다는

자평도 해 봅니다.

 

‘은하수’... 우리 강동에는 바로 옆에 아리수가 흐르고, 그 물결이 서울에서 가장 먼

더듬고 지나가는 곳도 강동이어서 처음에는 그 이름을 아리수로 할까 생각했으나

우리나라 각지역출신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강동이고, 다른 지역에서 구경을

하러 오시는 분도 있을 터이어서 별을 보기가 가장 좋다는 7월에 언젠가 한 번이라도

별을 쳐다본 사람이라면 가슴속에 그리움처럼 담고 있을 ‘은하수’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거창한 이름을 정하고 보니 그 이름에 걸맞게 채울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

이 고민거리였지요. 그렇지만 강동문인회 선생님들의 탁월한 재능을 익히 알고 있

기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처음이라 염려도 많이 됐습니다.

 

처음 있는 행사이면서 문협과 무용협회 두 장르의 협연이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수없이 앞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가까이에서 앞장서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더 크셨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행히 저는 멀리에 있어서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ㅎ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관람석의 사정으로 정말 초대하고 싶은 분을 어쩌면

입장을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모시지를 못 했고,(저의 지인들은 대부분 멀리 계

시어서요. 다행히 충청도에서 오신 분은 어려움 끝에 입장을 했지만요.)

촉박한 시일과 여건들이 더 수월하고 매끄러운 모습으로 만들어 갈 수 없었던 것과

본의 아니게 언쟁도 해가면서 신경전을 펼쳐야 했던 일들, 특히 행사당일 약정시간

때문에 출연하시는 분들에게 결례가 아닐까 싶을 만큼 다그치게 되었던 일들이

미안함으로 남습니다. 누가 제게 연출이라는 이름을 달아 두었는지...

 

 

또한 이 행사의 기획 과정에서 좀 더 여론수렴을 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모아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너무 멀리 있어 제가 참여를 못한 잘못도 반성을 합니다.

행여 다시 이런 행사를 갖는다면 더 많은 분이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을 함께 하셨던 선생님들, 출연을 못하시고도 더 큰 격려와 칭찬으로 힘을

실어주신 선생님들께 재삼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인사를 전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대단히 행복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행복하시기를 소망합니다.

 

 

2012.7. 은하수를 흘려보내고...

도경원 드림.

 

 

 

 

(1) 2012. 07. 14 강동아트센터 0851 사진/함동진

 

 

(2) 2012. 07. 14 강동아트센터 0852 사진/함동진

 

 

 

(3)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24 사진/함동진

 

 

임진강에서 / 정호승

 

낭송 : 손희자

 

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임진강 샛강가로 저를 찾지 마세요

찬 강바람이 아버지의 야윈 옷깃을 스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춥고 서럽습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작은 볏단 같았던

저는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이제 그만 발걸음을 돌리세요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찬 겨울 밤하늘에 초승달 뜨고

초승달 비껴가며 흰 기러기떼 날면

그 어디쯤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늘도 샛강가로 저를 찾으신

강가에 얼어붙은 검불 같은 아버지

 

 

 

(4)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29 사진/함동진

 

 

뼈저린 꿈에서만 / 전 봉 건

 

 

 

낭송 :김 삼 중

 

 

 

 

 

그리라 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하나

 

개울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뜨리지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일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그루

 

우물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하나도 빠드리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없이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마당끝 큰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 하나

 

나는 지금도 말하고 그릴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처도 그것만은

 

내가 그리질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강이 산으로 변하길 두번

 

산이 강으로변하길 두번

 

그러고도 더 많이 흐른세월이

 

가로 세로 파놓은 어머님 이마의

 

어둡고 아픈 주름살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의 주름살을

 

말로하려면 목이먼저 메이고

 

어머님

 

꿈에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그림으로 그리려면 눈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아 이십육년

 

뼈저린 꿈에서만 뫼시는 어머님 이시여 .

 

 

 

 

(5)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36 사진/함동진

 

버지 / 이 혜 선

 

낭송 : 이혜선

아버지

어젯 밤 당신 꿈을 꾸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 쪽 어깨가 약간 올라간

지게를 많이 져서 구부정한 등을 기울이고

물끄러미, 할 말 있는 듯 없는 듯 제 얼굴을

건너다보시는 그 눈길 앞에서 저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옹이 박힌 그 손에 곡괭이를 잡으시고

파고 또 파도 깊이 모를 허방 같은 삶의

밭이랑을 허비시며

우리 오남매 넉넉히 품어 안아 키워 주신 아버지

 

 

이제 홀로 고향집에 남아서

날개짓 배워 다 날아가 버린 빈 둥지 지키시며

‘그래, 바쁘지?

내 다아 안다

보고 싶어도 안으로만 삼키고 먼산바라기 되시는 당신은

세상살이 상처 입은 마음 기대어 울고 싶은

고향집 울타리

땡볕도 천둥도 막아 주는 마을 앞 둥구나무

 

 

아버지

이제 저희가 그 둥구나무 될게요

시원한 그늘에 돗자리 펴고 장기 한 판 두시면서

너털웃음 크게 한 번 웃어 보세요

주름살 골골마다 그리움 배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6)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1072 사진/함동진

 

 

부부(夫婦) / 김태경

 

낭송 : 김태경

 

 

 

 

 

 

 

 

1

 

사랑은 백지 한 장

영혼의 화인(火印)을 찍는다.

 

 

촛불 켜고

하객들 앞에서 곱게 풀칠하면

드디어

둘이 하나요

하나인 듯 둘이다.

 

 

서로의 면으로 찬바람 막아주고

서로의 가슴으로 나누는 온기

햇살 톡 톡 건드리며

눈빛 맑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온다.

 

 

 

 

2

 

가끔, 하나를 둘로 찢고 싶다고

진흙 밭에서 은밀하게 악쓰는 울음

찢어진 속살을

상상화 속에 넣어 본다.

너풀거리는 살점들이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흔들리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고개 흔들며

흐르는 강물 따라

거칠어진 손 맞잡고

노을진 바다에 다다른다.

해는 지고 있으나

두둥실 행복은 달로 뜨고

주름진 얼굴에 물든 달빛이 살갑다



 

(7)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45 사진/함동진

 

 

 

마음 / 김광섭

 

낭송 : 배정자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8)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54 사진/함동진

 

 

희망의 길 / 윤영남(香里)

 

 

 

 

낭송 : 윤영남

 

 

 

 

우선

내 속에서 깜빡이는

갈망의 눈빛 찾는 거야.

그 눈빛이 뿜어내는 힘

열정으로 일어서는 거야.

 

 

이미

열린 문으로 들어섰으면

앞으로 발걸음 옮기는 거야.

옆으로 팔 뻗치면 닿는 손

그 손잡고 함께 가는 거야.

 

 

이젠

목마른 갈증 삼켜냈으니

샘터를 찾아서 풀어내봐.

헐떡이던 가슴 다독이며

쉼터를 찾아서 노래해봐.

 

 

다시

하늘 우러러 내려 받은 이름

그윽한 향기 품고 가는 거야.

내 속에 숨겨진 보물찾기로

어느 새 맞닿은 희망의 길.

 

 

 

(9)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56 사진/함동진

 

 

 

(10)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67 사진/함동진

 

 

예송리 해변에서 / 김민정

 

 

 

낭송 : 우현 김민정

 

 

 

 

 

 

돌 구르는 밤의 저쪽 퍼덕이는 검은 비늘

등솔기며 머릿결에 청청히 내린 별빛

저마다 아픈 보석으로 이 한 밤을 대낀다.


낙지회 한 접시에 먼 바다가 살아오고

맥주 한 잔이면 적막도 넘치느니

물새는 벼랑에 자고 어화등(漁火燈)이 떨고 있다.


당신의 말씀 이후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삭망의 별빛 속에 드러나는 능선이며

때로는 샛별 하나쯤 띄울 줄도 아는 바다.


가슴속을 두드리며 깨어나는 말씀들이

맷돌에 갈린듯이 내 사랑에 앙금지면

바다도 고운 사랑 앞에 설레이며 누웠다.

 

(11)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77 사진/함동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낭송 : 도경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12)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86 사진/함동진

 

등꽃 /김순자

 

 

 

낭송 : 김순자

 

 

그대의 진실로

 

그대 등 뒤에 등불이 될래요

 

삶에 의지만큼 뻗어 가는 줄기

 

애틋이 섬기며

 

그대 등 뒤에 꽃등이 될래요

 

땡볕 그늘 지극히 모아

 

꽃피움을 이루게 하는 당신

 

그대만의 사랑 법 받들어

 

지성으로 꽃 피울래요

 

 

 

 

서투른 표현이 천성이라서

 

몸으로만 짓는 속정 깊은 그대

 

나는 알아요

 

절정인 오월

밤 별들이 눈빛이 짙어갈수록

 

깊어가는 시간

 

그대 등 뒤에 업혀서

 

고이 잠드는

 

보랏빛 등꽃이 될래요

 

(13)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0992 사진/함동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낭송 : 이경주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에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14)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1003 사진/함동진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 이기철

 

낭송 : 홍성례

 

 

 

나팔꽃 새 움이 모자처럼 볼록하게 흙을 들어 올리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질까 두렵다

어미 새가 벌레를 물고 와 새끼 새의 입에 넣어주는 걸 보면

나는 세상이 너무 따뜻해질까 두렵다

 

 

몸에 난 상처가 아물면 나는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저 추운 가지에 매달려 겨울 넘긴 까치집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이 도시의 남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강둑엔 벼룩나물 새 잎이 돋고

동쪽엔 살구꽃이 피고 서쪽엔 초등학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북쪽엔 공장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서문시장 화재에 아직 덜 타고 남은 포목을 안고 나오는

상인의 급한 얼굴을 보면,

찔레꽃 같이 얼굴 하얀 이학년이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가는 걸 보면,

눈 오는 날 공원의 벤치에 석상처럼 부둥켜안고 있는 가난한 남녀를 보면,

 

 

나는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할까 두렵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세상 여리고 부드러운 것만 사랑한 셈이다

이제 좀 거칠어지자고 다짐한 것도 여러 번,

자고 나면 다시 제 자리에 와있는 나는

아, 나는 이 세상 하찮은 것이 모두 애인이 될까 두렵다

 

 

(15)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1019 사진/함동진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낭송 : 홍성례 / 도경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16)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1140 사진/함동진

 

 

연서 /프란체스카 리

 

낭송 : 홍성례 / 도경원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백 사람이 있다면

그 중에 한 명은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열 사람 있다면

그 중에 한 명은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그것은 내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17) 2012.07.14 시낭송 <은하수에 띄우는 시와 몸짓> 1141 사진/함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