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병영
무늬가 발목을 잡는다(양선희) - 시가 있는 병영 82
시조시인 김민정
2009. 8. 31. 01:01

2009년 08월 24일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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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 무늬가 발목을 잡는다 <양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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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삶을 조롱하듯 무늬는 내 발목을 붙든다 나는 무늬 앞에서 오래 머문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무늬는 아름답다 색이 있는 무늬 색이 없는 무늬 다 감탄사를 만든다 때로 나는 무늬 옷을 산다 거울 앞에 서면 내 몸은 무늬 옷 속에서 겉돈다 무늬를 소화하기에는 아직 내 삶이 너무 바탕만 요란한 것이다 무늬 옷은 옷장 안에서 썩고 나는 쇼윈도 밖에서 곪는다
작가는 경남 함양 출생. 시인. 방송작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7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생은 요란한 무늬, 요란한 색깔로 항상 떠들썩하다. 눈에 잘 띄는 무늬로, 색깔로 사람들은 자기를 표현
하고 싶어 한다. 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 욕망인지도 모른다. 옷을 골라 입을 때
도 자기에게 맞는 것을 골라 입어야 자신이 더 돋보이듯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자기에게 맞는 무늬로
살아야 자기의 삶이 겉돌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한다든가, 자기의 능력 밖의 일을 추구할 때, ‘거울 앞에 서면 내 몸은 무
늬옷 속에서 겉돈다’의 모습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내 삶과 어울리는 무늬는 어느 것일까?
<시풀이: 김민정 -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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