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병영

수목송(리강룡) - 시가 있는 병영 74

시조시인 김민정 2009. 6. 29. 23:51

 

 

             
     2009년 06월 29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수목송 <리강룡>
          단오 무렵 언덕에 올라 정자나무를 바라보아라

          바람은 바람끼리 햇살은 햇살끼리
           
          잎들은 또 잎들끼리 파도 타는 것 좀 보아라

          이승 하늘 아래 살아도 언제나 높은 몸짓
           
          쉽사리 범접(犯接) 못할 푸른 서슬 갈기를 세워

          잠시도 쉼 없이 흔드는 부신 깃발을 보아라

          해지고 달뜨는 것 비오고 바람 부는 것
           
          미움도 설움도 성냄도 아픔마저도
           
          약으로 받아 누리는 명랑한 빛 좀 보아라

          남 탓할 거 보지 말아라 좋은 것만 가려 보아라
           
          호흡할 수 있음만으로도 어깨춤을 추어 보아라
           
          단오절 언덕에 앉아 무언설(無言說)을 듣는다


          작가는 1945년 성주 출생. 198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현대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등 수상. 경북외고 교장 지냄. 시집 ‘한지창에 고인 달빛’ 외 3권. 평론집 ‘생각의 텃밭에 핀 꽃을 찾아서’ 등이 있음.

          지금 화자는 단오날 언덕에 앉아 자연이 주는 말없는 말을 듣고 있다. 수목을 바라보면서 ‘미움도 설움도 성냄도 아픔마저도 약으로 받아 누리는 명랑한 빛 좀 보아라’라고 하며 수목을 예찬하고 있다.

          ‘이승 하늘 아래 살아도 언제나 높은 몸짓 / 쉽사리 범접(犯接) 못할 푸른 서슬 갈기’를 세우는 나무의 삶을 화자는 찬양하며 그러한 자연인 나무의 높은 몸짓과 의연함을 배우고 싶어 한다.

          남을 탓하지도 않으며, 서로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자연 앞에서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야 함을 이 시에서는 말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