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병영

생수에 관한 명상(강인순) - 시가 있는 병영 68

시조시인 김민정 2009. 5. 22. 15:24

 

      생수에 관한 명상 강인순 새재를 오르다가 계곡 물에 손 담근다 손 씻다 물 위에 쓴 글씨 ‘너무 맑다’ 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진다 한 철을 이 골에서 보냈으면 하다가도 금방 집 생각나는 변변치 못한 속물 저렇게 물이 되어서 그대 손끝 적시고 싶은

       

      2009년 05월 18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생수에 관한 명상 <강인순>

       

                                새재를 오르다가 계곡 물에 손 담근다

                                손 씻다 물 위에 쓴 글씨 ‘너무 맑다’

                                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진다
                                한 철을 이 골에서 보냈으면 하다가도 
                                금방 집 생각나는 변변치 못한 속물
                                저렇게 물이 되어서 그대 손끝 적시고 싶은

        작가는 안동 출생. 19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문협 안동지부장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오늘’ 시조동인. 제17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수상. 시조집 ‘서동이후’ ‘초록시편’

        이 시를 읽으면 맑은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화자는 문경새재, 그 고개를 오르다 맑은 물속에 손을 담근다. 그리고 물이 맑음을 찬탄해 물 위에 ‘너무 맑다’고 쓴다. 물론 그 글씨는 보이지 않고 남아 있지도 않고 금방 사라지겠지만, 화자의 마음속엔 언제까지나 남을 있을 것이다.

        그것을 화자는 ‘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진다’고 표현하고 있다.피라미가 노는 맑은 계곡물의 모습이 눈에 보일듯 잘 묘사되고 있다. 이렇게 물이 맑고 좋은 곳에서 한 철을 보내고 싶다가도 금방 집 생각이 나는 변변치 못한 속물이라고 자신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저렇듯 맑은 물이 되어 그대 손끝을 적시고 싶다고, 그 맑은 물과 하나가 되고 싶은, 즉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이 나타난다. 물처럼 맑은 심성으로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수가 맑은 계곡물의 모습을 이미지화(서경 묘사)하고 있다면 둘째 수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이미지화(심경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