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병영

허물에 관한 명상(이옥진) - 시가 있는 병영 65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29. 00:03

 

2009년 04월 27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허물에 관한 명상 <이옥진>

 

                    1.
                    고난의 그 끝에서 한 꺼풀 자아를 벗겨
                    비꼬인 유칼리나무※ 허물을 벗는다
                    돌이켜 하늘을 향하는 우듬지의 휘인 끝

                    뉘겐들 그런 어려움 닥쳐오지 않으랴
                    누군들 맘껏 팔 뻗고 살고 싶지 않으랴
                    밤마다 나를 벗는다 하루치의 허물을 

                    2.
                    배로 기는 천한 목숨 축축한 어둠을 뚫고
                    뱀도 여름 나절 자신을 빠져 나온다
                    어쩌랴 원죄 번쩍이며 나타나는 새 허물

                    뉘겐들 극복할 자아 숨은 감옥 없으랴
                    누군들 태양 아래서 빛나고 싶지 않으랴
                    날마다 기도의 문 열어 습한 상처 말린다



          작가는 통영 출생. 2004년 부산시조 신인상 등단. 부산시조시인협회,

      부산문협, 나래시조시인협회회원, ‘시눈’ 동인. 현재 부산해림초등학교 교사.

‘허물에 관한 명상’에서는 인간에 대한, 자신에 대한 천착을 본다. 항상 같은 자세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허물을 벗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유칼리 나무는 팬더가 무척 좋아하며 일 년에 한두 번 껍질을 벗는 나무이기도 하다.

화자는 이러한 유칼리 나무를 ‘고난의 그 끝에서’ 한 꺼풀 자아, 곧 자신의 허물을 벗는 모습으로 보고 있다. 인간에게도 허물을 벗어야 하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고, ‘누군들 맘껏 팔 뻗고 살고 싶지 않으랴’고 하여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유롭게 성장하고 싶은 욕망의 모습을 보고 있다.

화자는 ‘밤마다 나를 벗는다 하루치의 허물을’이란 표현 속에서 하루를 반성하며 더 나은, 더 성숙하는 나를 바라고 있다. 매일 밤 뱀처럼 허물을 벗지만, ‘어쩌랴 원죄 번쩍이며 나타나는 새 허물’이라고 하여 늘 잘못과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허물은 새롭게 나타남을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수에서는 ‘뉘겐들 극복할 자아 숨은 감옥 없으랴/ 누군들 태양 아래서 빛나고 싶지 않으랴’라고 하여 누구에게나 숨은 고통은 있고, 누구에게나 빛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으로 보편화해 ‘날마다 기도의 문 열어 습한 상처 말린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확립하고 있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