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 손증호 - 시가 있는 병영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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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매화 사진: 설윤형
2009년 04월 13일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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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 샘 <손증호> |
선생님 줄인 말로 아이들은 샘이란다
남도 억양으로 쌤이라고도 하는데
버릇은 없어 보여도 샘이란 말 참 좋다
그렇지 선생님은 샘이라야 마땅하지
깊디깊은 산골짝에 샘물로 퐁퐁 솟아
어둠을 길닦이하며 흘러가는 푸른 노래
눈 비비고 찾아온 어린 짐승 목 축이고
메마른 봄 들판을 푸릇푸릇 적시는
샘 같은 선생이라야 아이들 가슴 살아나지
작가는 1956년 경북 청송 출생. 시조문학 신인상,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
부산시조시인협 회 회원, 볍씨·시조사랑 동인.
요즘의 아이들은 인터넷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유행시키고 자기들끼리 그러한 언어를 쓰면서 즐거워한다. 학교라는 현장의 선생님
들은 그러한 언어를 다 알아듣지 못한다. 늘 그런 면에서는 아이들이 앞서 가고, 유행
도 아이들이 이끌기 때문이다. 작품 속의 화자는 학생들이 만든 말인 선생을 줄인 말
‘샘’을 좋아한다.
화자는 깊디깊은 산골짝에 맑게 퐁퐁 솟아나는 ‘샘’같은 선생이 되기 위해 안테나
의 방향을 늘 아이들에게 둘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아름답다. 아이들이 있어서 살맛나는 세상! 아
이들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이고 시의 바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인은 행복해 뵌다.
화자는 시가 ‘눈 비비고 찾아온 어린 짐승들의 목을 축여 주고/ 메마른 봄 들판을
푸릇푸릇 적셔 주는’ 샘물 같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어둠을 길닦이하며 흘러가는 푸
른 노래’가 돼 누군가의 가슴에 가 닿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