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제1평설집)
저 산에 / 민병도 - 시의 향기 23
시조시인 김민정
2009. 3. 2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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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물러앉아 그리운 이름이 된
- 산에, 저 산에 향기 나는 사람 있었네
- 수없이 나를 깨워 준 늘푸른 사람 있었네
- 법구경을 펼쳐두고 비에 젖은 저 빈 산에
- 휘젓고 간 바람처럼 가슴 아픈 사람 있었네
- 드러난 상처가 고운, 눈이 먼 사람 있었네
- 만나서 빛이 되고 돌아서서 길이 되는,
- 날마다 내 곁을 떠나가는 산에 저 산 안에
- 영혼의 맑은 노래로 창을 내는 사람 있었네
- 물러앉을 줄 아는 그리움으로 남는 향기로운 사람이 있는 곳, 수없이 나를 깨워
- 준 늘푸른 사람이 있는 곳이다. 휘젓고 간 바람처럼 가슴 아픈 사람이 있는 곳,
- 드러난 상처가 고운, 눈이 먼 사람이 있는 곳, 영혼의 맑은 노래로 창을 내는 사
- 람이 있는 곳이다.
- 언제보아도 푸른 산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간직하며 법구경처럼 자비롭게
- 앉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나무들을 키우고, 새를 키우며
- 향기롭고, 푸르고 맑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 아픔도 감싸안고 상처도 포용하며 '만나서 빛이 되고 돌아서서 길이 되는' 산인
-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산은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