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병영

삶에는, 망설임이 있다 / 김세진 - 시가 있는 병영 60

시조시인 김민정 2009. 3. 22. 23:35
 
2009년 03월 23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삶에는, 망설임이 있다 <김세진>
 
 
늘 반경 15km, 그 안에 놓여 있다

수축과 이완으로 하루를 되풀이하며

이제는
낯익은 길을

멀리 바라보고는 한다



아침 일곱시에서 저녁 여덟시까지

탄성의 한계점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가끔은
지친 더듬이
세워 보고는 한다


   ‘삶에는, 망설임이 있다’라는 제목이 시선을 끈다. 생활의 포물선, 그것은 반경 15km 안에 놓여 있다고 한다. 출퇴근의 거리, 하루 생활의 거리, 그 거리 안에서 수축하기도 하고 이완하기도 하며 하루를 되풀이한다. 대체로 아침이면 낯익은 길을 통해 정해진 곳으로 출근했다가 같은 길로 퇴근하는 모습이 눈에 어린다.


   ‘이제는 낯익은 길을 멀리 바라보고는 한다’고, 그렇게 다니던 길을 한 번쯤 거리를 두고 관찰해 보는 화자를 만난다. 하루의 일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돌듯 ‘아침 일곱시에서 저녁 여덟시까지’ 활동하는 시간은 줄곧 ‘탄성의 한계점’ 속에 갇혀 있어, 생활반경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지친 더듬이/ 세워 보고는 한다'고 하여 생에 대한, 삶에 대한 감각의 순간, 반성의 순간을 갖는 것이다.  

 

   이 시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면이 있다면 그것은 독자도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날에는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많은 선택의 망설임을 갖기 때문이다. 어느 길이 더 보람 있고, 더 가치 있는지 늘 생각하며 ‘선택과 집중’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