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의 긴 봄날2
영동선의 긴 봄날 21~25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 7. 17:32
宇玄 김민정
- 오십천 맑은 물
-영동선의 긴 봄날 21
눈부신 햇살 아래
복사꽃 환한 봄날
새소리 하늘 가득
퍼져 가는 철길가에
민들레
노란 꽃잎이
아른아른 피어나고
오십천 맑은 물속
평화로운 송사리떼
바위마다 가재들이
알을 스며 놀고 있고
밤이면
- 총총한 별떨기
꽃이 되어 피어나던
- 탄광촌의 시작
-영동선의 긴 봄날 22
정적 속에 살아나던
산업철도 기적 소리
산마을 긴 적막이
수런수런 잠을 깨면
탄광촌
노다지 캐러
전국에서 모여들고
꿈을 실어 나르던 길
행복 실어 나르던 길
영동선 화물 열차
끊임없이 오고 가며
역사의
수레바퀴가
요란하게 돌아가던
- 탄광촌의 하루
-영동선의 긴 봄날 23
도시락을 매어단 채
곡괭이와 삽을 메고
갑.을.병반 나누어서
막장으로 몰려가면
탄광촌
- 긴 하루해가
까아맣게 묻히고
장미잎을 닮은 찔레
새순 돋아 나올 때쯤
오동통한 순만 골라
껍질 벗겨 먹는 사이
봄날의
긴 하루해가
자박자박 흘러가던
- 탄광촌의 삶
-영동선의 긴 봄날 24
막장 깊이 묻혀 있는
꿈을 캐어 내느라고
화약 속 불꽃 같은
청춘을 바쳐 가며
흥건히
삶을 퍼내던
통리, 도계 그 사잇길
은사시 한 그루가
나뭇잎을 반짝일 때
진폐증도 마다 않은
오십천의 물굽이엔
굴뚝새
- 울음만 같은
안개 소리, 빗소리
- 탄광촌의 숨소리
-영동선의 긴 봄날 25
윤기 내며 달려가는
반세기의 역사 앞에
뜨거운 불꽃, 불꽃
가득 실은 화물차는
긴 장화
질척이던 갱도
그 어둠을 사르고
고적한 사막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는
투사의 눈빛 같은
캡램프의 불빛 속엔
선인장
꽃보다 강인한
광부들의 숨소리